호랑이의 정원 열한번째 뉴스레터 2021.07.09 발행 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11호>입니다. 이번 호에는 저희 정원의 뒷산 안산에 많은 아까시/아카시아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희의 식물공부를 위해 일단 뭐든 써보자! 라고 시작한 호랑이의 쪽지 시즌1이 끝나고, 한달후에 시즌2가 시작됩니다. 여름방학동안 식물도 많이 보러다니고 이것저것 자료조사를 많이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호랑이의 식물산책 서대문 안산 아카시아/아까시 서대문구 지도를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안산과 백련산이 있더라구요. 저희 호랑이의 정원도 안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답니다. 그래서 뭔가 산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나죠? 뒤에 아파트 단지로 더 올라가면 안산으로 갈 수 있어요. 지난 봄 호랑이의 정원 마루에 앉아있으면 바람을 타고 오는 아까시나무 꽃냄새에 기분이 좋았는데 직접 안산에 가본 적은 없었답니다. 이번에 안산에 가보니 정말 아까시나무가 많더라구요. 내년 봄에는 하얀 아까시나무 꽃이 만발할 때 꼭 다시 오고 싶어졌습니다. 호랑이의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들어 본 손수건의 호두 캐릭터도 안산에 많은 아까시나무 나뭇잎을 손에 꼭 쥐고 있답니다. 안산은 아까시나무 이외에도 메타쉐콰이어, 벚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식물을 볼 수 있는 도심 속 공원이랍니다. ![]() 안산 자락길 코스 ![]() 데크로 이어진 안산 자락길 안산은 무장애등산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등산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엄마도 얼마전에 안산을 다녀와서 완만한 경사의 데크때문에 무릎이 아프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구요. 완만한 안산자락길을 돌다가 여러 동네로 내려올 수 있는 것이 안산의 재미인것 같습니다. 한바퀴를 돌면 2시간 반정도가 걸린다는데 공룡화석을 보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쪽이나, 신촌과 가까운 봉원사쪽, 숨은 맛집이 많은 연희동, 독립문 공원쪽 등등 서대문구의 여러 지역과 접근이 가능합니다. 안산 자락길 코스 링크 아까시 나뭇잎은 흔히 나뭇잎 점을 칠때 쓰잖아요. 사랑한다 안한다, 연락이 온다 안온다 같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상에 아까시나무의 잎은 홀수로 나지 뭐에요! 양옆으로 대칭을 이루는 듯 하지만 조금씩 어긋나서 자라는데다가 위에 하나가 있더라구요 (이런 것을 홀수깃모양겹잎이라고 한대요) 결국 본인이 처음 말한 소원이 이뤄지는 것이 나뭇잎 점의 묘미랄까요? 그렇지만 유정이 아까시나뭇잎을 볼때마다 계속 세어보면서 벌레먹거나 찢어진 잎, 제대로 나지 않은 잎들을 찾아내며 제각각인 사례가 있는것 아니냐! 모두 다 홀수로 나뭇잎이 난다고 할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는데 역시 그래서 점에 이용되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잎의 갯수! 그것은 운명에 맡길 뿐! ![]()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아까시나무가 점점 많아져요 ![]() 사랑한다~ 안한다~ ![]() 전망대에서는 빽빽한 빌딩숲을 볼 수 있어요. ![]() 한양도성 가까이에는 여전히 붉은 벽돌집이 많아요. 서대문 안산 접근성 (독립문 방향) 지하철: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한성과학고 방면으로 15분 도보 버스: 독립문역 버스정류장에서 한성과학고 방면으로 15~20분 도보 휠체어,유모자 무장애구간 이용가능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없음 아카시아/아까시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라는 동요로 익숙한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가 정식명칭입니다. 그렇지만 오랜기간 사용되어 온 말이여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아까시나무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아카시아도 표준어로 인정을 했답니다. 아카시아/아까시 둘다 표준어로 써도 되지만 최근에는 원래 이름인 아까시나무로 많이 부른답니다. 왜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게 되었는지는 아까시나무관련 글 어디에든 다 있어서 저까지 써야할까 싶지만, 간단히 비유하자면 스댕같은 원리입니다. 흔히 스테인(얼룩)이 없는 철이라는 뜻의 스테인리스 스틸을 간단히 줄여서 스탠, 스댕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렇게 얘기하면 결국 얼룩이란 뜻인건데 ㅋㅋ 아까시나무도 원래 종 명칭은 ‘슈도아카시아(pseudoacacia)’ 로 가짜 아카시아란 뜻입니다. 잎이 아카시아와 비슷해서 그렇게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도입 당시 줄여서 아카시아가 되버린거죠. 정작 일본어로는 가짜 아카시아란 뜻의 니세아카시아ニセアカシア로 쓰고, 일상적으로 아카시아 꿀같은 것을 지칭할 땐 아카시아로 쓰더라구요. (아까시나무 꽃 사진출처: 생명자원정보서비스) 원래는 호주 식물이어서 보기 힘들었던 진짜 아카시아는 최근 식물열풍을 타고 화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호주의 나라꽃이기도 한 아카시아는 2020년에 아카시아 꽃을 모티브로 국가브랜드 로고를 바꾸는데...하필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한 모양이여서 호주민들은 불만이 많다고 해요. ![]() 각 잎의 아래 부분에는 작은 가시 한쌍이 있어요. ![]() 콩과에 속하는 아까시나무의 열매 ![]() 오스트레일리아 브랜드 로고 ![]() 폼폼 같은 노란 꽃이 예쁜 아카시아 (스위트 아카시아) 출처: www.amazon.com 아까시 나무는 죄가 없어! 호랑이의 정원 주변에는 아까시 나무가 많지만 제가 어릴때에 비하면 어느덧 아까시 나무는 예전만큼 보기 힘든 나무가 되었어요. 제가 어릴때에도 어른들이 아까시 나무는 산을 다 파고 들어서 다른 나무를 못자라게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그밖에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우리나라 산을 망치기 위해 아까시 나무를 심었다라던가 아까시나무는 번식력이 너무 뛰어나서 무덤의 관을 뚫고 자란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요. 1. 아까시 나무는 일제가 심은 식물이다? 물론 아까시 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니기때문에 1900년대 초 일제강점기때 도입된 수목이긴합니다만 당시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생활, 문화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외국 문물이 도입되던 때였습니다. 아까시 나무는 산을 망치는 나무가 전혀 아닐뿐더러 뿌리혹박테리아가 땅속에 질소를 고정시켜서 오히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식물입니다. 그리고 아까시 나무를 많이 심었던 때는 일제강점기보다는 1960~70년대 산림녹화 사업때인걸요. 2. 뛰어난 이산화탄소 흡수력 또한 아까시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요. 국립수목원 광릉숲에는 1914년 연구용으로 아까시 나무 2400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2015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33그루의 아까시나무가 광릉숲에서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100년이 넘은 고목임에도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최대 31.0㎏, 평균 12.2㎏로 탁월한 이산화탄소 흡수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이산화탄소 흡수가 높은 나무는 30년생 상수리나무로 연간 14.6㎏ 흡수) ![]() 국립수목원 광릉숲의 100년이 넘은 아까시 나무 군락 출처: 경향신문 ![]() 우리나라 아까시나무 분포도 출처:한국농촌경제신문 3. 모래산을 푸른 숲으로! 1983년 조선일보 5월 27일 이규태 코너 기사에 의하면 아까시나무는 1910년대에 용산 육군본부자리와 경인선 철도변에 독일 총영사의 추천으로 처음 심게 되었다고 합니다. 법어학교 교사인 에밀 마텔은 그 소식을 듣고 아까시나무를 심으면 수년후 다른 나무를 망칠테니 삼가할 것을 건의했지만 무시하고 심기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약간 딴소린데 제가 어린이때 조선일보의 이규태코너와 고바우영감을 되게 재밌게 읽었거든요! (할미때는 말이야...ㅠㅠ국한문혼용 시절이라 어린이는 신문읽기가 힘들었다는..) 근데 커서 다시 보니 이규태 코너에는 출처불명의 글이 많기도 해서 그냥 이런 의견이 있다 소개만 해드려요. 한국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을 가꾸기 위해 국가적으로 아까시나무심기가 권장되었습니다. 특히 1960년대부터는 산사태를 막기위한 사방공사(砂防工事) 목적으로 아까시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기 시작했습니다. 아까시 나무는 뿌리가 잘 퍼져서 산의 흙을 잡아주거든요. 1960~70년대에는 학교에서 아까시나무 씨앗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특히 박정희 정권때 녹화사업은 국가핵심사업중 하나로 3차에 이르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산림 기본계획(1973년~1997년)을 세우고 30년간 100억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대통령이 순방이 가는 길목에 있는, 미처 나무를 심지 못한 산에는 초록 페인트를 산이나 돌에 칠했다는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을 정도로 나무심기 열풍이 대단했다고 하네요. ![]() ![]() 아까시아를 심자 (연료용목재아카시아,재배법) , 1958년 출처:국가기록원(링크) ![]() 식목행사에 나무를 심는 박정희 대통령, 1976년 출처: 국가기록원 ![]() 구의유원지에서 제 16회 식목일 행사, 1961년 출처:서울시청 아카시아를 미워하지 말아요.
1960~70년대 대대적으로 심었던 아까시나무는 우리의 산림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다른 나무들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게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1980년대부터는 미움을 받게 됩니다. 일제가 우리산을 망치기 위해 심었다던지(네? 몇년전까지 우리가 심은거잖아요), 뿌리가 뻗어나가 다른 나무를 망치고 관까지 뻗어나간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옆으로 뻗는 천근성이라 절대 관을 뚫고 지나갈 순 없답니다. 땅의 흙을 넓게 잡아주어서 산사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서 많이 심은거였죠. 음..오히려 지금은 먼 과거의 일이라서 일제가 심었다는 이유를 대면 믿을수도 있을텐데 불과 5~10년전까지 아카시아를 부지런히 심었던 사람들은 왜 다 그 이유를 잊은걸까요?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 아까시 나무는 남산의 소나무를 몰아냈다는 이유로 다시 뽑혀지게 되고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원래 없었는걸요 ㅠㅠ) ![]() 다른나무 죽이고 농경지망쳐 "독수"아카시아 피해 출처: 조선일보(1983.5.25) ![]() 아카시아 나무 처리 골치 출처: 동아일보 (1991.07.18) 지난 2021년 4월에는 마포구 성미산에 있던 아까시나무를 지자체가 무더기로 베어내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40~50년 넘게 자라온 아까시나무를 베어낸 자리에는 토종나무를 심겠다는 것이 지자체의 주장인데요. 이 숲에 살던 천연기념물 솔부엉이와 다양한 동물들, 그 숲에서 놀던 마을 주민들의 추억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생태복원인지 다시금 의문을 품게 합니다. 그런가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아까시나무에서 생산되는 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꿀 생산량의 70~80%이상이 아까시나무에서 만들어지는데요. 작년과 올해 비가 많이 와서 양봉농가는 역대 최악의 수확율을 거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꿀벌을 데리고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따라 전국을 도는 이동양봉을 주로 하는데 이상기후와 점점 줄어드는 밀원나무(아까시나무)로 많은 꿀을 얻기 힘들다고 합니다. 다시금 아까시나무를 곳곳에 심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산림청에서는 양봉산업 육성을 위해 2019년부터 매년 150헥타르씩 아까시나무를 심고 있답니다.) 달콤한 꽃향기~ ![]() 아카시아 껌 홍보 카드 ![]() 껌 포장지 오월에 맡는 아까시 나무 꽃향기는 근처에 있지 않아도 달콤한 꿀이 가득한 나무를 상상하게 됩니다. 아까시나무 꽃향기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향 중에 하나라고 해요. 아까시나무 꽃향기에는 과수원길 노래와 함께 알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과 시절이 연상이 되어서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화려한 꽃향기가 매력적이던 아카시아 껌과 CM송도 생각났는데, 유정은 이 광고를 들어본 적이 없다네요. 아아아아~ 아카시아껌!ㅋㅋㅋ 참고로 현재에도 판매되고 있는 껌이랍니다. 어린 시절 친구가 아까시나무 꽃에는 꿀맛이 난다고 해서 반신반의로 빨아먹어보던 추억이 생각나는 껌이랍니다. 아카시아가 등장하는 문학작품 ![]() 아카시아가 등장하는 문학작품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최인훈의 광장에 아래의 시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음... 아주 먼 옛날 언어영역 모의고사 지문같은데서 중립국을 택하는 장면이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작품이라서 이런 시가 있었나? 갸우뚱해졌습니다. (아 하나 있긴 있어요! “윤애 날 믿어줘! 알몸으로 날 믿어줘” 하는 대사인데 사춘기땐 왠지 이 표현이 멋져 보이더군요 ㅋ) 주인공인 철학과 학생이 대학신문에 쓸 법한 시를 일부러 넣은 것인지, 이 시가 전체 소설에 의미하는 것이 있는것인지는 이번 주말에 마저 읽어보고 탐구해봐야겠습니다. 아까시나무 꽃향기 가득한 봄날에 친구와 길을 걸으며 느껴지는 어지러운 향기와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가 느껴져서 넣어보았습니다. 아카시아가 있는 그림 아카시아 우거진 언덕을 우리는 단둘이 늘 걸어가곤 했다 푸른 싹이 향긋한 버러지처럼 움터나오는 철에 벗은 오히려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멋있는 서막이 바로 눈앞에 다가있는 성싶어 아카시아 새싹 같은 말이야 응? 아무도 나빠할 리 없는 꽃피는 철이 되더니 벗은 또 멋지게 꽃잎을 코끝에 대면서 말한 것이다 아 참 삶은 멋있어 아카시아 꽃내음처럼 기막혀 이리하여 하늘이 저렇게 높아가는 이 무렵 벗은 이윽히 가지에 눈을 주며 말하는 거다 삶은 섬뜩한 것이야 이 아카시아 가지처럼 단단해 그래도 나는 아주 아무렇지 않은 낯빛으로 천천히 한 대 피워물면 그도 하릴없이 담배를 꺼내물고 아카시아 우거진 언덕을 우리는 또 말없이 걸어가는 것이었다 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세 명의 친구가 각자 다른 주제를 대상으로 가볍게 이야기합니다. 먹는 얘기: 궁금한 맛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호랑이버터 팬케이크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아마 저도 어린시절 그 책을 읽었다면 그 팬케이크가 무슨 맛일까 엄청 궁금했을것 같아요. 아마 먹는 얘기 연재 처음에 얘기한것 같은데 저는 책도 좋아하고 식탐이 많은 어린이여서, 책을 읽을때 중간에 먹는 묘사가 나오면 너무너무 먹어보고 싶은거에요. 그중에서 피너츠 만화를 보며 궁금했던 먹거리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한동안 알라딘의 노예가 되어 피너츠 굿즈를 사는건지 책을 사는건지 알 수 없는 시절을 보내기도 했죠. 궁금한 맛 1 나무 꼬챙이에 끼워 구워먹던 마시멜로. 나뭇가지 끝에 끼워서 모닥불에 구워먹는 마시멜로 맛이 너무 궁금했는데 1990년대 지방 소도시인 우리 동네에 마시멜로가 들어왔습니다. 두둥! 이름도 생소한 그것을 엄마에게 사달라고 졸랐지만 엄마가 사주지 않자 동생과 돈을 모아서 샀던 기억이... 한국인답게 쇠젓가락에 끼워서 구워먹었는데 음...제가 생각한 그런 멋진 맛은 아니였습니다. 이게 뭐지 싶은 맛. 궁금한 맛 2 피너츠 완전판(1952~2000)이 북스토리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는데요, 제 추억속의 피너츠는 신영미디어에서 나온 영한대역판입니다. (다시 모으고 싶네요 ㅠ) 특이하게도 번역자가 외국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익숙치 않은 간식에는 늘 역자 주석으로 설명이 달려있었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늘 상상만 해보던 맛이었던 것 같아요. 디저트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아라모드(a la mode)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하고 만화 속 타피오카 푸딩이란 이름의 아이가 나올 때 타피오카 푸딩에 대한 주석이 있었는데 무슨 맛일까 궁금했었죠. 어른이 돼서 와플에 아라모드 추가해서 먹거나 버블티를 먹을때마다 혼자만 곱씹어보는 피너츠의 맛. 궁금한 맛 3 피너츠 속 스누피는 역할놀이를 좋아하는데ㅋㅋㅋ 그 중에 하나가 1차세계대전 비행사입니다. 격전에 시달린 뒤 늘 유럽의 작은 까페에서 루트 비어를 주문하고 마시면서 (사실은 마시의 집) 본인의 전투능력을 자랑하는 역할을 좋아합니다. 도대체 뭘까 루트비어! 나도 꼭 마셔봐야지 했던 루티비어는 정말 제 취향이 아니었던 맛...술도 아니라는거.. 그 중에 아는 맛 페퍼민트 패티는 어느날 찰리 브라운에게 고백을 하러 옵니다. 찰리 브라운은 우유에 씨리얼을 부어놓은 상태여서 대강 들으니 패티가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둔한 찰리 브라운도 밉지만 눅눅한 씨리얼은 씨리얼이 정말 아니라구요 ㅠㅠ <어흥> TV보는 이야기 여름이라 오피스텔형 집은 푹푹 찐다. 환기도 잘 안되다 보니 뭐라도 내어두면 금새 상한다. 이럴땐 요리 따위 관두고 곡기도 끊어버리고 싶은데 냉장고 가득 사둔 채소가 날 초조하게 한다. 냉동으로 옮길수 없는 채소의 유통기한은 단단한 것만 2주, 나머진 일주일 안에 무르거나 변색되거나 시들시들해질 것이다. 요리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의지는 바닥났을 때면, 늘 다시 들여다보는 만화가 있다.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다. 게이 커플의 저녁식사 준비가 대부분의 소재이고, 그들 주변 사람들, 가족이나 이웃, 직장동료들의 요리 이야기도 등장한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호사와 미용사 커플의 저녁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변호사 시로는 중년에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고, 한 달 식비 둘 합해 3만 엔만으로도 미식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채우고 있다. 비결은 직접 만드는 저녁식사인데 고기나 생선을 담은 메인 디시 외에도 야채 절임이나 볶음, 샐러드, 국까지 4개 이상의 제철 음식 요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맛있으면서도 꼭 야채가 빠지지 않는 식단이 약해가는 내 안의 요리 의지를 살린다고나 할까. 깍지콩이나 대파가 아니면 냉동에 넣어두기 어렵다 보니, 냉장고 안에서 채소는 금방 물러버린다. 그럴 때면 나는 휴대폰 안에 넣어둔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를 보며 다시 의욕을 다지고 갑자기 밤에 일어나 살금살금 요리를 한다. 망원시장에서 500원이래서 사 왔지만 허름해 보여 생으로 먹기 싫었던 파프리카를 썰어서 가지도 넣고 된장볶음도 만들고, 너무 딱딱해서 썰리지 않는 단호박을 생전 처음 분해해서 단호박닭고기 조림을 한다. 뭐, 좀 더 나가면 그린카레를 해먹고 싶어서 쿠팡에서 그린커리 페이스트, 코코넛밀크를 주문하고 월계수잎, 치킨스톡, 라유 같은 고급 식재료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새벽 배송에서 찾을 수 없는 식재료 때문에 요새 뜸했던 쿠팡도 다시 들어가게 만드는 대단한 만화다. 제일 공감하는 부분은 시로의 '채소를 먹어야해!'라는 강박이다. 때론 지방 가득한 버터도 듬뿍 넣지만, 설탕은 적게 쓰고 채소는 많이 먹을수있는 반찬으로 꼭꼭 추가하는게 내 모습같다. 뭐, 싱글이면 챙겨줄 자식 없이 스스로의 건강을 챙겨야하는건 게이커플과 마찬가지니까. 무엇보다 이 만화는 요리가 주는 긴장과 보람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장을 보면서도 더 싼 것, 지금이라서 싼 것을 찾고 냉장고 속 있는 재료와 합을 맞추느라 계속 머리를 굴리고, 익는 순서와 설거지를 고려해서 요리를 하고, 마지막엔 맛있다고 칭찬해주며 사이좋게 먹는 커플의 모습까지 요리가 줄 수 있는 수고와 기쁨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어,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그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더운 여름, 냉장고가 음식물의 무덤이 되기 전 다들 찾아봤으면 하는 만화다. <미돌> melting icecream 홍진훤 개인전 <melting icecream> 전시전경, d/p SNS에 돌아다니는 정보에 따르면 집을 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버리는 것이라고 해요. 일단 중복되는 물건부터 버리고, 열여보지 않는 물건상자가 있으면 1년안에 버리고. 저에게도 버려할 물건이 아주 많은데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필름입니다. 어쩌다보니 굉장히 많은 양의 사진을 필름으로 찍게되었고 뭐 찬찬히 보다보면 어느정도는 소중하지만 대부분은 허접한 그런 사진입니다. 서울사진이라도 왕창 찍었으면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어디 기증할 수도 있었건만 대부분의 사진은 아직도 그모습 그대로인 중소도시의 별볼일 없는 풍경들이에요. 일부가 사라진다고 해도 기억도 못할 그런 사진들. 최근에 본 홍진훤 작가의 개인전 <melting icecream>에서는 수해를 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 당시의 사진을 복원하는 과정이 나오는데요 물에 불어 엉겨붙은 필름들이 마치 시간에 녹아 흘러 내린 것 같아요. 그 가운데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파견/하청 노동자의 투쟁과 시위장면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갑니다. 반드시 기억하고 보관해야 하지만 물리적인 기반이 없으면 결국에는 사라지는 그런 기록들. 우리의 기록들은 결국 어떻게 되는걸까요? 가끔은 실체없이 기록만 남은 것에서 매우 큰 슬픔을 느끼는데요(지나간 사진을 보고싶지 않은 마음과 비슷한건데..)그렇게 되기전에 빨리 내가 남긴 기록들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큰 요즘입니다. <유정> 후기🍀 어흥: 시즌 2를 기대해주세요! 횡설수설 저의 의식이 흐르는대로 쓴 글을 읽어준 독자분들과 바쁜 회사생활에도 원고를 보내준 호랑이의 친구 미돌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유정: 여기까지 구독해주신 독자여러분이 있었기에 11호가 나올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9월에 만나요.🙌 호랑이의 쪽지 11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분들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아까시나무는 아름다운 꽃이피는 5월에 했다면 좋았겠지만 이맘때 무성하게 자란 푸른 잎들도 참 좋아해요. 무서운 가시가 있다는 사실은 꽤 최근에 알았지만요 ㅎㅎ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한 달간 독자여러분의 좋아하는 공원이나 공공장소 속 나무에 관한 설문을 받습니다. 뉴스레터에 소개하고 싶은 나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호랑이의 정원이 찾아갑니다.🏄 호랑이의 쪽지 소개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형식이며 웹으로는 뉴스레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만 손바닥 책으로 발행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랑이의 정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의 식물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제안하는 일을 합니다. 식물을 중심으로 환경과 마을을 연결하고 아카이브와 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워크숍과 실험을 연구하고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 @tygertyger2020 tiger_garden@naver.com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 120-12 |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