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열네 번째 뉴스레터 2021.10.1 발행 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14호>입니다. 지난 추석연휴 잘 보내셨나요? 주말까지 하면 꽤 긴 휴일이었죠. 저는 연휴 전후로 비실거리느라 제대로 달구경도 못하고 추석나들이도 못하고 그냥 먹고 쉬는 휴일로 5일을 다 보냈답니다. 호랑이의 쪽지 구독자분들은 편안한 추석 보내셨기를! 이번호는 동글동글 잎이 예쁜 서울숲에 있는 계수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답니다. 가을엔 계수나무 낙엽의 냄새를 맡으러 가요! 호랑이의 식물산책 서울숲의 계수나무 오랜만에 들른 서울숲은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서 독서하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중인 사람, 웨딩 찰영중인 커플 등등 각각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답니다. 어쩐지 어린시절 배우다 말았던 피아노 소곡집 표지에 나오는 외국 공원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집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다면 매일매일 산책하는 즐거움이 클 것 같아요. (상관없는 얘기지만 흥미진진한 피아노 소곡집 배경찾기 이야기 모음 👉 링크) 알고보면 쓰레기줍기라던가 잡초뽑기같은 수많은 시민봉사로 예쁘게 관리되고 있는 서울숲은 조성당시부터 함께 해 온 시민단체가 위탁경영하고 있는데요, 알차고 재미난 식물관련 수업들이 있답니다. 저희 호랑이의 정원 멤버들도 몇년전에 친환경 퇴비만들기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답니다. 성수동 까페에서 커피찌거기를 받고, 서울숲에 사는 사슴과 토끼의 똥을 섞고, 낙엽을 주워 분쇄한 다음 물과 조물조물 섞어서 썩히면 친환경 퇴비가 된다고 하네요. 이미 숙성된 퇴비에 손을 넣어보니 냄새는 없고 따뜻한 열기가 가득했던 것이 기억나요. 서울 어디에 계수나무가 많을까?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서울숲에 41그루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래! 솜사탕 냄새를 실컷 맡으러 가보자 싶어서 찾아갔습니다. 한그루만 주변에 있어도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41그루라니! 그러나...두둥 😔 블로그 사진에 나오는 건물과 대조해봐도 서울숲공원 1번출구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계수나무는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30분간 서울숲 인근을 뱅뱅 돌아다니며 결국 안내소에 물어보았더니 ㅠㅠ 서울숲 조성 초기에 심은 계수나무가 왠일인지 시름시름 아파서 결국 다 없앴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눈물) 혹시 서울숲 다른 곳에 계수나무가 있나요? 서울숲 스탭 선생님께서 여쭤보니 친절하게 지도 3군데를 표시해주었답니다. 저희가 세어 본 결과 총 13그루의 계수나무가 서울숲에 있답니다. 가을엔 계수나무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달큰한 냄새를 맡아보세요! 지도에 표시한 서울숲 계수나무 위치 ![]() 오작교 부근 계수나무 ![]() 단풍이 물들고있는 계수나무 경마장에서 서울숲으로, 서울숲의 역사 서울숲이 있던 성수동 일대는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말을 키우는 목장이기도 했고, 평탄하고 넓은 지형을 갖고 있어서 열무장(閱武場)으로도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채소밭이 많은 동네이기도 했구요. (근디 서울 웬만한 동네는 다 채소밭이었던것 같은데…동네 조사하면 채소밭 아니였던 곳이 없음 ㅋㅋ) ![]() 뚝섬배추밭, 1959년 출처:서울역사박물관 ![]() 뚝섬경마장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정수장이 들어서면서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하던 곳이기도 하구요. 해방이후 1954년부터 1989년까지 경마장으로도 쓰이기도 했답니다. 1968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제안으로 경마장 가운데 골프장이 생겨 1994년까지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사냥터로 쓰인 곳이기도 했고 경마장까지 있던 말과 인연이 많은 곳이어서 경마장터를 기념하기 위해 지금 서울숲 공원에는 말을 타고 질주하는 기수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기도 합니다. 뚝섬경마장 한일친선경기 광고 출처:1966.06.24 동아일보 ![]() 경마장 속 퍼블릭 골프장으로 인기있던 뚝섬골프장 출처:1971.08.26 경향신문 ![]() 서울숲 초기 조성에 참여한 시민, 2000년대초 출처: 그린트러스트 우리나라의 주요 시설물들은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맞이하며 대부분 새로 지어졌는데요. 승마경기를 치르기 위해 시설이 협소하고 오래된 뚝섬경기장을 버리고 과천에 새로운 경마시설이 지어지게 됩니다. 오랜기간 방치되어있던 이 곳은 1990년대에 LG가 우리나라 최초 돔 경기장 건립을 추진하였으나 IMF사태 등 여러가지 일로 좌절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명박 시장시절 서울숲 공원 계획이 발표되어 2005년에 개장 되었답니다. ![]() 1973년 서울숲 일대 항공사진 출처: 서울특별시 항공사진 ![]() 2020년 서울숲 일대 항공사진 출처: 서울특별시 항공사진 ![]() 뚝도정수장 침전지,20세기초 출처: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 현재 계수나무가 있는 갤러리 정원 서울숲 한편에는 정수장의 침전지 시설 구조물을 뼈대를 남겨 영화속 공간같기도 한 정원으로 꾸며져있답니다. 깡통에 불쬐면서 뮤직비디오 찍어야할 것 같은 클리쉐… 이 곳에서도 계수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서울숲의 계수나무 접근성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3번출구 도보 5분, 2호선 뚝섬역 8번출구 도보 10분 버스: 뚝섬서울숲남문 정거장 도보1분 휠체어, 유아차 접근가능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일부구간 있음 국립기상박물관 앞 계수나무 계수나무(Cercidiphyllum japonicum) 는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나무로 많은 나무들이 그렇듯 20세기 초에 들여온 나무랍니다. 추위도 잘 버티는 편이라고 하네요! 계수나무는 잎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통통한 하트모양의 잎인데 살짝 투명하고 바람에 하느작날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계수나무를 보는 날이면 나무 밑에서 가지 사이로 오밀조밀 촘촘히 날린 잎이 차르르 움직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계수나무 잎에는 솜사탕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있는데요. 계수나무 낙엽에는 말톨이란 성분이 있는데 이것은 설탕을 태우면 나는 캐러맬 성분과 같다고 해요. 지난 여름에 수업을 들었던 식물분류학 선생님은 요구르트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셨는데, 그뒤로 계수나무만 보면 실컷 냄새를 맡은 뒤 빨대꽂은 요구르트가 먹고 싶어진답니다. 헤헷 저희가 계수나무를 좋아하기도 해서 몇번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인친분께서 혹시 서울에 계수나무 많은데를 아냐고 물어본적이 있어요. 저희도 아직 식물산책력?이 길지는 않아서 많은 곳을 알지는 못해서요. 혹시 서울이 아니여도 계수나무가 많은 곳을 알고 계신다면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꼭 낙엽이 질 때 저희 대신 가서 듬뿍 달콤한 향을 즐겨주세요! 😘 ![]() 계수나무의 심장형 잎과 길쭉하게 생긴 열매 ![]() 바람에 따라 넘실거리는 계수나무 잎은 보기만해도 좋아요.
계수나무와 토끼 어쩐지 계수나무 근처에선 흥얼흥얼 반달 동요를 따라부르게 된답니다. 계수나무 하면 반달과 쪽배, 토끼 한마리가 당연히 생각나는 것이 한국인! 하지만 동요 속 등장하는 달나라의 계수나무와,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계수나무가 다르다는 것을 아시나요? 왜 한 반에 같은 이름이 2명인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계수나무 1, 계수나무 2로 구분하던지 아니면 중국 계수나무, 일본 계수나무로 이름을 구분해서 불렀으면 좋았으려만. 원래 계수나무(桂樹)라고 불리던 나무는 목서(木犀)로 우리나라에 이 나무가 처음 들어올때 일본명칭인 계(桂:가츠라)만 보고 아아 이것이 시에 등장하던 계수나무인가! 해서 전설 속의 계수나무와 같은 명칭의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또 사족을 달자면 목서도 향이 참 좋아요~) 9월에 꽃이 피는 목서. 계수나무가 심장형 잎인 반면 중국 계수나무인 목서는 긴 타원형입니다. 출처: 국립수목원 🌔 (~번외~) 토끼가 달나라로 간 까닭은? 🐇 어릴때부터 토끼가 달에 있다고 들었는데 옛날이야기인지 동화책에서였는지 기억이 안나는 나이가 되어버렸네요. 흑흑 기억나는건 저도 쪼꼬미 아이였을때 더 작았던 동생이 진짜로 달에 토끼가 있냐고 물어보길래, 넌 안보이냐고 저기 얼굴 모양이 토끼고 저기가 절구질하는거라고 으스댔던 기억밖에 없네요.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했다면, 저 얼룩이 진짜 토끼가 되려면 지구와 달의 거리차때문에 엄청난 거인토끼여야 지구에서 쪼그맣게 보였을텐데 말이죠. 중국설화 항아분월(嫦娥奔月:항아가 달로 도망가다)은 버전이 다양합니다. (헷갈림 주의!) 그중에서 몇 개를 대강 요약하자면, 옛날옛날에 10개의 태양이 뜨자 백성들이 괴로워합니다.(알고보니 천제의 아들 10명) 화살을 잘 쏘는 ‘예’는 9개의 해를 쏘아 떨어뜨려 백성을 구했지만 아들을 죽인죄로 아내 ‘항아’와 함께 쫓겨나게 됩니다. 다시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약을 구해왔지만 (나눠먹으면 둘이 오래오래살고 다 먹으면 다시 신이 되어 하늘나라로 간다고 하네요) 어째서인지 항아는 혼자 먹고 혼자 달나라로 가서 쓸쓸히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강'이란 사람이 달로 유배를 오게 됩니다. 염제의 조카가 오강의 아내를 겁탈한 것에 화가 나서 그를 죽였기때문이죠. (아니 이게 왜 죄지? 법치국가도 아닌디) 염제는 벌로 달나라에 있는 계수나무를 베어오라고 하는데요. 시지프스처럼 계수나무도 베어도 베어도 계속 자라는 나무여서 오강은 영원히 달나라에 갇혀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항아와 같이 살면 되는거 아닌가??) 오강의 아내는 자식을 낳아서 혼자 달나라에 있는 아버지를 쓸쓸하지 않게 보냈다고 합니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본인들을 알아볼 수 없도록 두꺼비와 토끼로 변신하고 달나라에서 살았다고 하네요. (사족의 사족: 중국 달 탐사선 ‘창어’는 항아의 중국어 발음이라고 하네요.) 그런가하면 석가모니의 전생이야기를 담은 본생경에 나오는 이야기중에 토끼설화도 있는데요. 석가모니는 한때 토끼로도 태어났는데, 가난한 노인을 위해 원숭이는 나무열매를 모으고, 수달은 물고기를 구해오고, 여우는 밥을 구해왔는데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토끼는 타오르는 불에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했다고 합니다. (토끼야 왜!!! 그렇게까지…ㅠㅠ) 알고보니 저 노인은 제석천이여서 자신을 몸을 바친 토끼를 달나라에 가서 살게 했다고 하네요. 이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달에사는 사람들과 토끼와 나무 이야기가 동아시아 전체에 퍼지고 다시 지역설화와 결합하여 달과 토끼와 계수나무, 방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토끼가 떡을 찧는다고 알려졌고, 중국에서는 약을 찧는다고 알려져있대요. ![]() 선암사 원통전 문살장식 속 방아찧는 토끼 출처: 불교신문 Rabbit in the moon (아마 약방아를 찧는 토끼?), 중국 17세기 출처: 쿠퍼휴잇스미소니언디자인박물관 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세 명의 친구가 각자 다른 주제를 대상으로 가볍게 이야기합니다. 란과 생활 : 성취감만 가득한 체크리스트 만들기 이제 마지막 분기로 접어드는 요즘입니다. 모든 계절마다 계절앓이를 하는 타입이라서 바람이 내 얼굴에 스치는 것만으로 갑자기 과거를 반추해보고 내 인생은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되돌아보는 편이랍니다. ㅋㅋㅋ 벌써 내년도 일력이 기획되어서 나오기도 하고, 다이어리나 수첩들도 나오는것을 보면서 내년에는 호랑이의 정원도 반드시 내야지라고 다짐하기도 한답니다. (동동... 내년 호랑이띠인데) 인생에 조급한 생각이 들때마다 제가 예전에 인터뷰했던 어르신들을 떠올리곤한답니다. 60이 넘어서 처음으로 본인 식당을 내셨던 80대 할머니나 여러번 직업을 바꾸셨던 부동산 아저씨, 살아있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였던 할아버지, 가정주부로 살다가 50대에 처음으로 슈퍼를 시작하시고 지금은 식당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 등등. 그래! 언제든 직업을 바꿀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인생이야! 라고 위로하지만 역시 스스로 하는 위로는 한계가 있답니다. 그럴땐 뻔한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저는 하루나 일주일, 혹은 한달정도의 계획을 세웁니다. 원래 인생에 계획같은것은 없는 타입이지만 체크리스트에 체크를 하면 사실 뭔가 해낸것 없지만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조금은 위로를 받는답니다. 세달동안 체크리스트엔 무엇을 채울까요? <어흥> ☐ 내년에 할 일 계획세우기 ☐ 친구와 캠핑 ☐ 호랑이 아카이브정리 ☐ 건강식단으로 바꿔보기 ☐ 일러스트레이터 공부 ☐ 자기 전 10분 폼롤러 ☐ 새 상품 출시 ☐ 내일배움카드 신청 ☐ .... TV보는 이야기 이건 지난 호에 풀었던 자기계발 아이템 탐독에 대한 뒷이야기다. 자기계발에 푹 빠져 유튜브에서 '세바시'와'이리엘',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을 돌아가며 보다보니 자꾸 남에게도 아무때나 추천해주는 부작용이 생겼다. 직장 동료가 "어제 밤에 퇴근길에 이렇게 저렇게 PPT를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출근하니까 하나도 기억이 안나 ㅠㅠ"라고 하소연하길래 "세바시 보면 '나를 살리는 노트의 기술' 나와" 이런 소리를 해서 닥치라는 말을 들었다. 세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리는게 너무 힘드니 공감해 달란 얘기였는데, 내가 또 자기개발봇인양 대답하고 있었다. 요새 무수한 자기계발 아이템을 섭렵하다보니, 대충 봐서는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다못해 '이게 무슨 발전을 가져와!'라며 짜증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다이어트에 관해서도 신박한 내용을 본 게 있는데, 일상에서 작은 움직임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일하면서 다리떨기 같은 방식으로 신체의 에너지를 올려놓을 것과 몸이 덜덜 떨만큼 추위에 놓여야 하기 때문에 찬물로 씻고 그 물을 닦지 않고 충분히 떠는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해두었다. 대체 목표하는 게 뭔지를 모르겠는 살빼는 방법이었다. 건강해지긴 하는건지, 낮은 온도에서 더 활성화되는 바이러스의 위험엔 어떻게 대응할 건지, 이런 것도 다이어트라고 또 신박하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 소개되는 것조차 짜증이 났다(자기계발 아이템을 다량으로 섭취하다보면 지켜야 할 룰이 명확하지 않을 때 화가 많이 난다). 최근 귀가 팔랑했다가 또 한 번 짜증이 났던 건 도파민 이야기였다. 우울감을 줄이고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수적인 도파민을 충분히 생성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식품군도 제시되었다. 정말? 내가 멸치를 꼭꼭 먹을 때라고 덜 우울하지는 않았는데? 도파민이 많은 음식을 섭취했던 시절과 그렇지 않은 시절로 갈라서 내 인생을 몇 분 동안 점검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그만두었다. 한동안 자기계발 관련 아이디어에 물려서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순간조차, 유명한 자기계발에 관한 가르침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이 마감의 스트레스를 극복한 후 얻는 몰입의 순간인가? 나도 모르게 또 미하이의 몰입이론을 떠올리며(심리학도처럼 떠올리는게 아니라 유튜브 5분 영상을 다시 축약한 버전으로 머리속에서 한 번 재생하며)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 몰입에 있다던데, 내가 지금 몰입하며 쓰고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있다. 자기계발 영상을 보며, 스스로 잘 살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점검하는 것도 강제적으로 쉬어줄 때가 진짜 온 것 같다. 지금은 타인의 말을 경청할 여유가 없다보니 내 삶에 부족한 부분을 들여다보게 하면, 그것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분노가 밀려와 버린다. 이것도 코로나블루인지는 알수 없지만, 유튜브에서 넷플릭스로 갈아탈 때가 왔다. <미돌> 꽃을 따는 것 작가 시린 세노(Shireen Seno)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꽃을 따는 것 그리고 이내 생명을 잃어 버리는 것에 비유합니다. 카메라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긋듯 사진은 금새 시간과 분리되어 생명을 잃고 순간을 보존합니다. 작품 속 흑백 사진의 대부분은 미국 점령기 필리핀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식물과 남성 벌목 노동자입니다. 미국인들은 필리핀에 벌목회사을 세워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으로 각국으로 나무를 실어 날랐습니다. 작가의 나레이션으로 읊어지는 흑백사진 속 낯선 이름의 식물들은 어떤 색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숲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을 나무들이 인간의 경제논리에 의해 베어지고 다른 한편으로 식물학자에게 아름답게 기록되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작가는 이시기 촬영된 아카이브 사진을 통해 제국주의 체제하에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얽히게 되었는지 고찰합니다.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건 작품이 시작되고 머지않아 등장하는 여성의 사진입니다. 웨딩사진이었다면 신랑이 있어야하는 자리에 화분이 대신 있는 사진으로 당시 유행하던 사진 스타일인지 또는 다른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아니면 아주 단순한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이 스크린을 통과하여 현재와 이어집니다. <유정> 시린 세노, 〈꽃을 따는 것〉, 2021 컬러, 흑백, 유성, 16분 47초 MCAD 제공, 작가 소장 *본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atchandchill.kr/ 후기🍀 어흥: 아이쿠 벌써 10월이라니
유정: 승냥이처럼 코를 킁킁대며 떨어진 계수나무 잎을 찾고있어요. 호랑이의 쪽지 14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분들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한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나무가 계수나무 같아요. 다른 나무들보다 빨리 잎이나서 그런지 단풍도 빨리 물든답니다.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계수나무를 꼭 찾아보세요. 개인적으로 이번호의 가장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토끼의 이야기였습니다. 전래동화 속 토끼는 자신의 몸을 공양(?)하는 내용이 유독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 호랑이의 쪽지 소개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형식이며 웹으로는 뉴스레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만 손바닥 책으로 발행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랑이의 정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의 식물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제안하는 일을 합니다. 식물을 중심으로 환경과 마을을 연결하고 아카이브와 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워크숍과 실험을 연구하고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 @tygertyger2020 tiger_garden@naver.com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 1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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