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스물세 번째 뉴스레터 2022.4.22.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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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23호>입니다.
개인적으로 용산구민으로 오랫동안 살았던 입장에서 용산구 공원에 대해 쓰려고 하니 뭔가 쑥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네요. 마을조사를 할 때 동네주민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자기 동네가 제일 좋다고 하는 얘길 들어왔는데 그런 레퍼토리를 제가 하는 기분이랄까요? 헤헤. 그치만 자기가 사는 혹은 살아 온 동네를 남에게 소개할때면 좋은 점만 가득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번 호에는 용산가족공원과 함께 그 주변에 있는 용산공원과 용산역사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목을 용산가족공원으로 해야하나 결국 용산공원의 일부가 될 예정이니 용산공원으로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언젠가는 사라질 이름일지도 모르니 용산가족공원과 그 주변으로 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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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은 제가 어릴때 살던 동네의 공원 조경과 비슷해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주 어릴땐 시골에 살았던 적도 있지만 어쩐지 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수없이 늘어선 갈색 페인트가 칠해진 저층 아파트라던가 동그랗게 다듬어진 회양목과 철쭉 조경이라던지 공원의 벤치 같은 1990년대 신도시 풍경이랍니다. 초등학교 시절, 저녁먹고 심심할 때면 엄마랑 남동생과 함께 아파트 옆 공원에 산책을 가곤 했는데요. 그 공원의 연못과 오리와 한적함이 어쩐지 여기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오리가 날 물지 않을까 겁내기도 하고, 어느날에는 엄마가 산책을 하다가 간식을 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조용히 들뜬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오르기도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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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은 1992년에 개장한 공원입니다. 원래 이곳은 미군기지 중 하나로 1959년부터는 미군부대 골프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울시는 미군기지의 공원화를 1989년에 발표하고 그 중 골프장 부지에 공원을 조성합니다. ‘가족공원’이란 조금 낯선 이름이 붙은 것은 계획 당시 미군부대 전체 부지가 반환될 것을 염두에 두고 가족공원, 민족공원, 호국공원 등으로 구역을 나눠 조성 계획을 세웠던 것에서(1989.05.13 조선일보 기사) 유래된 것 같아요. 그 중에 지금 용산가족공원 일대만 반환되어 공원으로 조성이 되었는데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공원부지의 일부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공원의 면적은 조금 줄어듭니다. 이곳의 연못과 잔디는 원래 골프장 시절에도 있던 것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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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골프장 일대 전경, 1960년대 출처: NARA |
미8군 골프장 일대 전경 1989년대 출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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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세워지기 전 용산가족공원 전경, 1997년 출처: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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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알다시피 용산일대 특히 미군부대 일대는 외국군의 주둔역사가 길답니다. 임진왜란(1592년~1598년) 때 일본이 병참기지로 사용하였고 임오군란(1882년) 때는 청의 군사가 점유하였으며 다시 일본군이 갑신정변(1884년)과 러일전쟁(1904년), 1906년부터 1945년까지 40년간 주둔했던 용산동 일대는 6.25전쟁때 UN군과 주한미군사령부가 점유하여 2020년까지 사용했답니다. 드디어 우리 국민 품으로 돌아온 용산기지는 정부가 바뀔때마다 디테일은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1988년 계획했던 공원으로 조성되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답니다. 첫국가공원 조성을 목표로 미국의 센트럴파크같이 도심지에 커다란 녹지공원을 만드는 용산기지 공원화의 큰 계획인데요, 여러가지 이슈도 있어서;;; 준공시점을 정하지 않고 “100년을 내다보는 큰 호흡으로” 공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도 정권 업적세우기에 떠밀려 급조된 공원을 보고싶진 않긴 하지만 100년이라니…음 생전에 용산공원을 밟아볼 수 있으려나…🤔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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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내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 군락 출처: 그륀바우 김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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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고 가정할 때 공원의 거리조건은 얼마정도일까요? 제 기준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일것 같은데, 서울에서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는 경우가 흔한 것 같진 않아요. 또 저마다 생각하는 공원의 조건도 다를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체육시설이 있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조경이 멋있는 곳, 어떤 사람은 어린이가 뛰놀 수 있는 넓은 공터와 놀이터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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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은 이 모든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계절의 꽃과 나무들을 보며 조용히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넓은 잔디밭에는 복실복실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예쁜 피크닉 도시락을 싸와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어린이 놀이터에는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는 어린이들도 있었답니다. 한쪽에는 1평 텃밭같은 시민 텃밭 공간도 있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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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전체적으로 길쭉한 형태인데 주차장 입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진 다채로운 시설로 채워져 있다면 태극기광장이 있는 언덕을 지나 있는 공간은 너른 잔디밭의 여백을 즐길 수 있답니다.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해요. 특히 이곳에는 연못과 어우러진 버드나무가 이곳만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요. 왠지 기상캐스터가 버드나무 사이로 걸어나와 일기예보를 할것 같은 상상이 드는 풍경입니다. 공원 들어오기전 바깥쪽 습지풍경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물속에 잠긴 오래된 나무 전봇대와 습지 식물을 보면 치히로가 있던 요괴마을?의 풍경일것 같은 느낌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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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미군기지 일부를 개방하고 있는 것을 아시나요? 가이드 진행에 따라 미군기지 내 답사코스가 진행되기도 하고, 미군장교 숙소였던 곳도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커다란 용산공원이 될 부지이기도 해서인지 용산공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용산가족공원도 결국 용산공원 범위내에 들어가게 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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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일대는 조선시대 서빙고가 있던 곳이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논으로 이용되다가 6.25전쟁때 군수창고가 생기고 기차선이 놓여지면서 미군부대 부지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군 헬기장으로 이용되다가 1985년에 우리 정부에 반환되면서 대한주택공사(현 LH)가 미군장교숙소를 지어 2019년까지 임대운영하였다고 하네요. 다들 외국같은 느낌이라고 좋아하는데 어쩐지 아까 제가 얘기한 1980~1990년대 저층아파트 단지 느낌이지 않나요? 당연히 주공이 만들었으니 주공아파트 느낌인데 외국에 있는 주공아파트 느낌이랄까요? 드라마 로스트의 팬이었던 제게는 아무도 못들어오는 군인 숙소, 잘 가꿔진 마당, 그렇지만 왠지 서로 다 알것 같은 느낌이 드라마 속 달마 이니셔티브 숙소가 연상되기도 했답니다. ㅋㅋㅋ 내부도 외국식 주택 구조이지만 어쩐지 추억속의 90년대 아파트 내부 느낌입니다. 너른 잔디밭 사이로 나무들이 예쁘게 심어져 있어서 산책을 다니기도 좋답니다. 중간중간 있는 전시도 용산이란 공간에 관심에 많다면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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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용산공원에는 미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나무와 식물로 가득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들이 많았답니다. 주공에서 만들어서 그럴까요? ㅋㅋ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한창 꽃이 피던 때라 목련과 벚꽃이 처음에는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용산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무는 중국단풍인것 같아요. 중국단풍(Acer buergerianum)는 중국이 원산지인 나무로 우리나라 어디에도 잘 자라서 아파트나 공원에 조경식물로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단풍은 아기 손같은 5개로 나눠진 잎을 가졌는데 중국단풍은 어쩐지 포뇨의 발이나 고라파덕의 발이 연상되는 3갈래로 나눠진 잎이 특징이랍니다. 단풍은 가을에 그 미모를 뽐내지만 봄에는 봄만의 단풍나무 매력이 있답니다. 막 자라기 시작하는 자그만 단풍잎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중국에서 온 단풍나무라는 이름의 당(唐)단풍나무도 있는데요 당단풍나무(Acer pseudosieboldianum) 는 잎이 9개에서 11개로 갈라져있는 나무로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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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이곳에 있는 나무들은 서울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나무들인데 왜 이국적인지 그땐 몰랐는데 돌아와 사진을 찾아보니 깨달았답니다. 바로 풍성한 나뭇가지 때문인것 같아요. 집보다 큰 나무를 보기 힘든 서울에서 낮은 2층 주택사이에 강전정을 하지 않은 풍성한 나무가 이국적인 요소로 보였던것 같아요. 이렇게 전체의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흔하지 않잖아요. 빨간 벽돌집 사이에서 단풍이 빨갛게 물드는 가을에 또 구경하고 오고싶어졌답니다. 가을에는 장군숙소도 개방한다고 하던데...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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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중국단풍과 같은 이유로 길게 뻗은 수형을 완전히 감상할 수 있어서인지 우리나라 아파트에 많이 심는 나무라는데 어쩐지 처음 보는 사이같은 독일가문비(Picea abies)도 용산공원에 많이 있습니다. 노르웨이가 원산지로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명칭에 독일이 붙은 것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이후 국가재건을 위해 전국적으로 이 나무를 심어 독일이 부흥하는데 기반이 된 것에 유래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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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가문비는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자라는데 밑으로 축축 쳐진 모양이 특징입니다. 이유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릴 경우 눈 무게를 줄이려고 전략적으로 가지가 쳐진거라고 하네요! 어린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며 유럽에서는 바람을 막는 용도로 많이 심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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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과 비슷하게 생긴 종지나물(Viola sororia Willd.)은 광복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식물이라고 합니다. 4월에 꽃이 피는 식물로 이맘때에 산이든 공원이든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미국에서 와서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많이 부르기도 합니다. 제비꽃의 꽃색은 짙은 보라색이지만 종지나물의 꽃은 연보라색꽃에 중심부만 보라색 볼펜으로 그은 선이 보이는 세밀화 같달까요? 물론 둘다 제비꽃과 식물이라 아주 흐린 눈으로 보면 꽃은 비슷해보이기도 하지만 잎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종지나물의 나뭇잎 모양이 종지그릇을 닮아서 종지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요 하트모양의 넓다란 깻잎처럼 생겼답니다. 잎을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을 수 있다고 하며 달달한 맛이 나서 쌉쌀한 맛의 나물과 섞어 먹으면 맛있다고 해요. 원래는 외래종이지만 이제는 거의 토종 야생화처럼 산과 들에서 봄을 알리는 꽃을 피우니 봄이 가기 전에 동네 화단에 두리번두리번 종지나물을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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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용산역사박물관(구 용산철도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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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에서 약간 거리가 있긴한데 저희는 이왕 용산에 나온 김에 올해 3월에 새로 개관한 용산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답니다. 용산가족공원에서 도보로는 27분, 버스를 타고는 대략 15분이 걸리고 자전거를 타면 평지에다 7분거리이니 근처 따릉이를 타고 가도 좋을 듯 합니다. 저희는 맛집이 많다는 신용산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뒤 힘을 내서 다시 박물관을 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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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의 초관심사는 저희가 3년전 산책에서 보았던 건물의 담쟁이가 살아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ㅠㅠ 두둥! 담쟁이가 아주 말끔히 없어졌더라구요. 건물의 내외부를 잘 살려 박물관으로 조성된 곳이라 담쟁이도 잘 살려서 보존하지 않았을까 했지만 흑흑 ㅠㅠ 예전에 이곳 벽면을 가득 덮고 있던 담쟁이는 하나의 작은 나뭇가지에서 시작되어서 건물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꽤 멋졌답니다. (누군가 담쟁이 씨를 보관해두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이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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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907년부터 철도병원이 있던 곳으로 지금 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건물은 1928년 용산철도병원 본관으로 신축된 건물입니다. 박물관으로 바뀐 지금도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의 흔적들을 보존하여 용산에 이모저모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시는…음 좀 전형적이고 평범하지만 용산이 가진 주제들이 풍부해서 한번쯤은 와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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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에 여쭤보니 이 건물에는 아직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하네요. 이 건물은 문화재여서 몇년 후에 옆에 건물이 지어지면 2층 연결통로가 설치될 것같다고 하네요. 1층만 휠체어나 유아차가 접근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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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철도병원(1963~1973) 시절과 2015년의 담쟁이 (담쟁이 살려내라 광광)
출처: 용산역사박물관(좌) 문화재청(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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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2번출구에서 도보 12분, 4호선 이촌역 2번출구에서 도보 10분
버스: 국립중앙박물관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도보 7분
유아차, 휠체어 일부 구간 접근가능
시각장애인 안내보도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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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친구들☺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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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게 온 뉴스레터든 광고메일이든 웬만하면 꼼꼼히 읽어보는 편인데요. 지난 금요일에 온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 뉴스레터에서 나영님이 쓴 녹사평역 미군기지 담장에 있는 라일락나무 소개글을 보니 사실 모르는 사람인데 같은 나무에서 서로 애정을 느끼고 있는 점이 너무 반가웠답니다. 미군기지가 개방되면 이곳의 나무가 그대로 있을까 걱정하는 점까지도요. 그 라일락을 떠올릴때면 퇴근길 돌아오면서 느끼던 초여름밤의 풀냄새, 봄바람이 살랑 불어올 때의 라일락 향기, 일행을 기다리며 들뜬 이태원 방문자들의 웅성웅성하는 소리까지 함께 느껴진답니다.
한때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중에 ‘마을기억지도'라는게 있는데요. 마을에서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곳이라던가 특정 장소에 떠오르는 감정 같은것을 지도로 시각화해보고 싶다였는데…역시 생각만 하고 딱히 뭔가 하지는 않았네요 ;; (어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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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시작한지 20일쯤 되었을까요. 작년에는 꽤 자주 내리던 비가 올해는 어쩌다 한번씩 내리고 그마저도 이슬비처럼 내려 애타게 만듭니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속담이 있던데 말이 현실이 된다고 실제로 곡우에 비가 오지 않아 올해 농사는 망치는 걸까라는 두려움도 듭니다. 그러고보면 올해는 개나리가 유독 아름답더니 갑자기 벗꽃이 피었다 한순간에 지고, 이른 라일락이 피는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아름답고도 두려운 봄이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0년은 1850년대 그 어느 때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표면 온도는 1.09℃ 상승했다고 합니다. 기온상승으로 예측할 수 없는 폭염, 폭우, 가뭄, 폭풍이 일어나고 전 대륙에 산불이 발생하며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이미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정도로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고온 또는 저온으로 인해 딸기의 꽃눈 분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냉해로 인해 양상추 수급이 어려워지고 잦은 산불이 일어나는 등 단순한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작년과 올해 경험했던 일화입니다. 예전에는 지구의 온도 상승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탄소배출 절감이나 화석연료 사용 감축 등을 개인이 바꾸는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최근들어서는 ESG경영 사례가 늘어나고 점점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전기 소등부터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원 아껴쓰기, 생태환경에 관심 가지기 등을 모든 사람이 동시에 실천하고 노출하면 그래도 변하는게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질때도 있습니다. <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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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지난 여름이후 비실거리는 몬스테라를 보며 감정이입중입니다. 햇빛 잘드는 자리로 옮겨줬으니 잘 자라렴!
유정: 한번쯤 비가 올때가 됐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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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쪽지 23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분들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이번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본 단어는 뉴욕 센트럴파크였습니다. 심지어 이미 자동 검색어까지 완성되어 있을 정도였는데요 서울의 중심과 다름없는 이 너른 땅을 가만히 놔두는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부디 토지정화 작업을 마치고 시민들의 논의와 합의를 거쳐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이용되길 바랍니다.
페들렛으로 후기를 받고 있습니다. 후기뿐만아니라 뉴스레터에는 담지 못했던 소소한 정보도 있으니 많이 방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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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쪽지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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