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스물여섯 번째 뉴스레터 2022.6.10.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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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26호>입니다. 이번호에서는 동숭동에 있는 낙산공원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야경 명소로 소문난 곳이지만 낮에는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정오의 산책을 다녀왔답니다. 해는 쨍쨍 쬐고 계속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매면서 힘이 쪽 빠지다가도 마주치는 곱게 가꾼 화분들을 보며 식물을 가꾼 사람들의 마음과 단정한 일상이 보이는 것 같아서 어쩐지 힘이 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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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을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니 26.7만개의 태그가 있더라구요. 굉장히 핫플임에도 사실 저는 지금의 낙산공원은 처음 와 본 것 같아요. 저의 낙산공원은 아주 옛날 대학로에 있던 낙산가든에서 친구들과 사람 수보다 모자란 갈비와 냉면을 나눠먹고 ‘우리 나중에 돈 벌면 낙산가든 다시와서 갈비 실컷먹자’ 라고 얘기하며 배를 통통 두들기며 골목길을 걷다가 올라온 아파트가 철거된 허허 벌판이었거든요. 그때도 야경은 멋져서 어쩐지 어른이 된 나만의 비밀장소를 한 개 더 알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취직을 하고 세월이 지나도록 잊혀진 곳을 이렇게 더운 날씨에 오니 쏟아지는 햇빛에서 그 동안의 시간이 떠올라 조금 괴롭기도 했답니다. 왜 돈을 벌었을 때는 낙산가든을 기억하지 못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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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속의 낙산공원 일대, 2000년 출처: 서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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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위에 올라가면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이 옛 조선시대의 서울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풍수지리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은 산등성이가 낙타의 등을 닮아서 낙산, 낙타산으로도 불렸으며 이 일대에 왕실의 우유를 공급하는 목장이 있어서 타락산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성곽을 따라 안쪽은 사대문안이고 바깥은 문밖인데요. 성곽을 따라 한양도성의 범위를 떠올려보면 옛 서울도 굉장히 큰 도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성곽을 쌓고 보수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졌는데요. 성곽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태조때부터 세종, 숙종, 순조때까지 조선왕조 전 시기에 걸쳐 시기별 다양한 형태로 돌을 쌓은 형태를 발견 할 수 있답니다. 초기에는 크고 거칠게 다듬었다면 숙종 이후로 가면 벽돌모양으로 네모낳게 다듬은 일정한 규격형태로 쌓았답니다. 성벽 군데군데에는 담당관리나 혹은 참여한 지방 등이 새겨진 각자성석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조선시대식 <저희가 시공했습니다>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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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는 1960년대까지 산 곳곳마다 빼곡히 무허가 하꼬방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고 해요. 하꼬방은 상자를 뜻하는 일본어 하꼬(はこ)에 방을 더한 말로 상자처럼 좁은 집을 뜻합니다. 당시 이런 불량거주지를 개선하고자 국가적인 차원에서 판잣집을 철거하고, 철거민을 수용하기 위해 아파트를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시민아파트입니다. 그래서 시민아파트가 있었던 곳은 다들 높다란 산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1969년 25개동이 세워졌던 낙산 시민아파트는 노후화되면서 서서히 한두개씩 철거되었고 공원화 계획이 세워지자 남은 동이 2000년대 초까지 모두 철거되었습니다. 높은 낙산위에 세워진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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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시민아파트의 내부, 1987년, 출처:서울기록원 |
낙산시민아파트 전경, 1995년, 출처:서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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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아파트 및 주변 아파트 30개동과 단독주택 176개소가 철거된 후 이 일대는 지금의 넓다란 낙산공원으로 조성되었는데요. 2000년대에 조성된 조경이라 그런지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보다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중점적으로 심어진 듯 했습니다. 요즘 계속되는 가뭄으로 공원내의 식물들이 다들 축축 쳐져있어 안타까움을 더했지만 이곳 저곳에서 공원 관리하시는 분들이 분주하게 호스로 물을 주고 마른 가지들을 정리하고 계셨답니다. 어쩐지 달콤한 냄새가 나는 나무밑에서 이름을 궁금해하니 돌배나무라고 배도 매년 잘 열린다고 상냥하게 말씀해주셨답니다. 저녁에는 야경을 즐기러 오는 핫플이 되겠지만 한낮의 낙산공원은 동네 주민들이 산책을 하고 야외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거나 이따금 부는 바람에 나뭇잎이 조용히 부딪히는 조용한 움직임이 나른하게 흐르는 곳이었답니다. 아마도 이곳에 살던 분들도 저희와 같이 도시와 떨어진 곳에서 고요함을 즐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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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은 종로구와 성북구를 걸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저희는 익숙한 대학로에서 공원으로 올라왔는데, 한성대 입구방면이나 동대문에서 성곽을 따라 올라오면 한적한 숲길을 따라 숲이 보여서 순성(조선시대 유행했던 한양도성 성곽을 한바퀴 도는 것)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앙광장에는 낙산 일대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전시관이 있으며 지도나 관련 책자도 얻을 수 있어요.(지도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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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길을 돌아 낙산을 둘러볼 수도 있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한양도성이 보이는 정상에 갈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궁금했던 것은 홍덕이네 밭! 병자호란때 청의 볼모로 잡혀있던 봉림대군(효종)에게 김치를 담궈주던 나인 홍덕의 김치맛을 잊을 수 없어서 왕위에 오른뒤 낙산 중턱에 채소밭을 주어 김치를 만들게 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안내판에 써있습니다만… 설마 왕이 밭까지 주며 김치 부탁을 한건가!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니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국여지비고에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청에 있을때 김치를 담궈주던 나인 홍덕이 조선에 돌아온 뒤에도 나인을 통해 김치를 드렸는데 그 맛을 맛본 효종이 의아하게 여겨(아니 이 맛은!) 이유를 알고 홍덕을 불러 상을 주려고 했지만 거절하자 이에 왕은 낙산 밑의 밭을 하사하였다고 합니다. 그 사이 밭은 잊혀지고 동네이름으로만 남아있다가 아마 최근에 재현한 듯보이는데요. 아마 왕은 더 큰 밭을 줬겠죠? 홍덕이네 밭에는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의 채소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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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정상에 올라오면 서울 강북권을 조망할 수도 있는데요. 성곽을 따라 쭉 걸어서 동대문쪽으로 갈 수도 있고, 다시 대학로방면인 이화동쪽으로 내려와 이화동 벽화마을이나 이화장을 갈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성곽마을박물관을 가보고 싶어서 삼선동 1가의 장수마을 골목길로 내려왔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물관은 전시가 있을때만 열리는 방식인지 문이 닫혀있었답니다. 그치만 덕분에 장수마을을 구경하게 되었죠! 장수마을은 2008년에 지어진 이름인데요 어르신 연령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주민들이 장수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동네명이라고 해요. 주민참여형으로 이뤄진 마을 리모델링도 요란한 장식의 벽화보다는 어르신들 위해 높은 계단을 정비하고 곳곳에 난간을 두어 편하게 짚고 올라갈 수 있게 한 것이 돋보였답니다. 어쩐지 잔잔한 영화속에 나올 것 같은 정다운 동네의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예쁜 화분들도 구경할 수 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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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낙산공원이든 어디든 길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들풀을 소개합니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도심속 화단이나 보도블럭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풀들이 궁금하신 적이 없으셨나요? 예전에 어떤 분이 제게 재개발 지역에만 자라는 풀들이 있는데 그런 걸 기록해보면 재밌지 않겠냐고 권유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식물에 대해 관심이 없던 때였지만 재밌겠다 싶어서 소개해 준 책 <서울사는 나무>를 읽고 난 뒤 갑자기 도시에 사는 식물들의 존재를 자각하게 되었달까요? 그 뒤로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 공부를 하게 되면서 그때 그 분이 말했던 재개발 지역에만 자라는 풀은 사실은 어디든 자라는 풀인데 사람이 떠나고 난 뒤 남은 골목길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들풀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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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마주치는 노랑꽃
노랑선씀바귀와 고들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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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선씀바귀와 고들빼기는 요즘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노랑꽃 식물인데요. 굳이 산과 들에 가지않아도 도심속 화단이나 골목길 귀퉁이, 보도블럭 사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유정이 알려준 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뭔가 꽃 수술부분이 아빠 수염같으면 노랑선씀바귀 없으면 고들빼기라고 구분하면 쉽다고하네요. ㅋㅋ 둘 다 쓴맛이 나지만 나물이나 김치로 먹을 수 있는데요. 영화 <산나물처녀>에서 남자를 찾아 미지의 행성에서 온 윤여정에게 나물캐는 처녀 정유미가 씀바귀를 먹이면서 이게 이별의 맛이라고 알려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씀바귀도 선씀바귀도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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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선씀바귀(Ixeris chinensis)는 노랑꽃을 피우는 선씀바귀로 어딘가 국화와 비슷한 모양이다 싶어서 찾아보니 역시 국화과에 해당하는 식물이더라구요. 우리나라와 일본이 원산지입니다. 자그마한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끝이 톱니모양으로 자근자근 잘린듯한 모양이 귀엽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하나에 암술머리와 씨방, 화관 등이 있어서 특이한데 혓바닥 모양을 닮았다해서 이러한 형태를 혀꽃, 설상화라고 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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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Crepidiastrum sonchifolium) 는 김치로 익숙한 식물인데 아스팔트 길에서도 볼 수 있다니 신기했답니다. (노랑선씀바귀도 나물로 무쳐먹을 수 있어요). 쌉쌀한 맛이 맛난 고들빼기 김치는 꽃이 피기 전 어린 잎일때 뿌리채 딴 것을 쓰는데요. 특유의 쓴 맛이 있는데 며칠에 걸쳐 물에 넣어 뺀 뒤 김치를 담궈 먹는다고해요.ㅋㅋㅋ 다른 달콤한 채소도 많은데 쓴맛을 기어이 빼고서라도 김치로 먹겠다는 의지! ㅋㅋㅋ길에서도 잘 자라지만 고들빼기는 수요가 많아서 우리가 시장에서 보는 것은 밭에 씨를 뿌려서 대량으로 키운 것이라고 합니다. 고들빼기도 역시 국화과 식물인데 잎이 좀 특이하게 생겼답니다. 고들빼기는 두해살이 풀로 김치로 먹는 부분의 잎은 한해동안 로제트모양으로 자라는 근생엽이며 이듬해에는 줄기 사이로 잎이 통과한 느낌의 줄기를 감싼 잎이 자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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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역을 지나다보면 망초(Conyza canadensis)가 허벅지높이만큼 쑥쑥 자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저에게 망초는 왠지 재개발을 떠올리게 하는 풀이랍니다. 어디서든 자라는 풀이지만 눈에 띄지않다가 사람이 다니지않거나 눈에 띄지않는 거리에서 그 야생의 존재감을 비로소 드러냅니다. 망초를 뽑지 않고 키우면 3m높이로도 자란다고 하네요. 도심 곳곳에서 망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쑥쑥 자라는 성질탓에 어느정도 높이가 있는 것은 뽑혀서인지 도심 구석에서 조그맣게 숨어있는 스파이 느낌으로 살지만 풀이 많은 공원에는 잔디사이에서 역시 높게 솟아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곧 뽑히거나 잘려서 정리되고야 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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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는 북미가 원산지인데, 19세기 후반경에 유입된 식물로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나라가 망해갈 때 들어온 식물이라 망초라고 불렀다고 전해져요. 다른 의견으로는 농사를 망치는 풀이라서 망초라도 불렀다고도 하네요. 이덕봉 교수가 1937년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망초는 망국초라도고 불리고 당시 경기지방에서는 철도길을 따라 난다고 해서 철도풀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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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Erigeron annuus) 는 망초와 비슷한데 꽃도, 잎도 좀 더 큰 것이 특징이랍니다. 개망초는 6~7월, 망초는 7~9월 사이에 꽃이피는데 둘다 계란처럼 노란 가운데 부분(통꽃)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두른 하얀 꽃잎(혀꽃)을 지녀서 계란꽃, 달걀꽃 이라는 애칭으로도 많이 불린답니다. 망초와 개망초는 국화과 식물로 두해살이풀이며 우리나라에 온지 100년이 조금 넘었답니다. 뭔가 불길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미움을 받을 것 같은 풀이지만 역시 나물의 민족은 어린 잎을 따다 된장에 무쳐먹고, 김밥에 넣어먹고, 김치찌개에 넣어 지져먹고, 데쳐서 말려먹는 묵나물로도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으며 나물계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식물이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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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덕수궁에서 열렸던 <상상의 정원> 전시에서 신혜우 작가는 4월에 덕수궁 내에서 발견한 망초를 지켜보고 전시 직전에 채집한 망초 표본을 전시했는데 그사이 망초는 성인 키만큼 자랐다고 하더라구요. 식물이 사람 키만큼 자라는 동안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도 어쩐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제 키만큼 자라고 있을 망초를 마주하고픈 생각이 들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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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출구 도보 10분, 4호선 동대문역 1번출구 도보 21분, 6호선 창신역 2번출구 도보 23분 등등
혜화역 버스정류장에서 도보 10분
동대문역 창신역방향에서 마을버스03 낙산종점 하자
휠체어, 유아차 접근가능 (주차장에서부터)
시각장애인용 점자안내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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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친구들☺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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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불면에 시달려온 저는 20년 넘게 온갖 숙면방법들을 시도해왔는데요. 그중 오래된 것 중 하나는 아로마테라피입니다. 물을 넣은 아로마램프에 성냥으로 불을 붙이고 라벤더 오일을 똑똑 떨어뜨려서 타버린 성냥냄새와 방안 가득 퍼지는 오일냄새를 맡다보면 어쩐지 19세기 소설속에 나오는 바삭한 일상을 보낸, 긴 원피스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구를 정리하고 침대에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노처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답니다. 그래서 아로마램프를 켜놓는 날이면 늘 보던 넷플릭스 대신 책을 읽으며 쓸쓸함과 단정함 그 사이의 기분에 취하곤 했는데요. 얼마전에 컨셉놀이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게시글을 보았답니다. 본인을 ‘나혼자산다’에 출연하는 자기 관리로 유명한 여자 연예인으로 설정하고 연예인처럼 샐러드 듬뿍 잘 챙겨먹고 홈트하고 중간중간 따뜻한 차 챙겨먹기 등등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혼잣말도 하고 했더니 살이 엄청 빠졌다는 얘기였답니다. 그 글을 보니 제가 그동안 너무 컨셉을 잘못 잡아온걸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ㅋ 잠을 잘 자기위해서는 어떤 컨셉의 나로 설정이 필요한 걸까요? (어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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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로하는 걱정은 당연히 가뭄입니다. 특히 물을 좋아하는 고구마 순을 10kg 심은 이후부터 매일매일 비가 오길 기다리며 일기예보만 새로고침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밤에도 비소식이 있었는데 어느새 온데간데 없고 빗방울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버스타고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도 괜히 돌아가 공원과 산책길의 식물들을 살펴보곤 합니다. 은행나무나 플라타너스와 같은 가로수는 그런대로 버티고 있지만 철쭉, 죽단화, 화살나무, 국수나무와 같은 키가 작은 관목들은 꽃을 피운 이후 가뭄을 버티지 못하고 줄기까지 메말라 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이런식이라면 비가 온다고해도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듯 합니다. 사실 가뭄이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고 지난 3월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도시에서는 농사와 환경에 관심있지 않고서야 체감하기 어렵고 굉장히 먼 일처럼 느껴지는데요 저만 하더라도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건 식물을 돌보기 시작하고 직접 농사를 지은 이후입니다. 기후위기를 공평하게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궁금증과 불안을 안고 오늘밤에도 일기예보를 새로고침합니다.<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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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유정만큼 밭일에 매달리는 것도 아닌데 보기에는 두배이상 일을 열심히 한 것처럼 얼굴과 목이 꺼멓게 타고 있습니다. 까만 사람은 정녕 안타는 방법은 없나요?
유정: 에세이를 쓴 다음날 조금의 단비가 내려 머쓱하네요..그치만 땅 속은 아직 말라있다구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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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쪽지 26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분들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낙산공원의 키워드를 뽑아내다가 라라랜드을 패러디한 낙산랜드를 보게되었는데요... 글쓴이에 의하면 이 글의 시작은 라라랜드였다고 합니다. 더불어 낙산가든의 사람 수보다 모자란 갈비의 맛은 추억으로만 남겨둘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하네요. 낙산공원의 야경은 정말 다름답지만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림자 없는 유령처럼 공원과 성곽을 돌아보는 경험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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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쪽지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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