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첫번째 뉴스레터 2021.02.19 발행 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1호 입니다.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형식이며 웹으로는 뉴스레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만 손바닥 책으로 발행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호랑이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하시고 싶은 분들은 연락주세요! 호랑이의 식물 산책 <돈의문박물관마을 목련> 호랑이의 식물 산책은 산책을 좋아하는 호랑이의 정원 멤버들이 서울 이곳저곳을 걸으며 만난 식물들을 소개합니다. 장소를 공개해도 괜찮은 공공의 장소를 위주로 택했습니다. 첫번째로 돈의문박물관마을* 전시관 마당에 있는 목련나무를 소개합니다. 사실 이 목련나무는 크게 특이할 것이 없는 목련나무입니다. 예로부터 흔히 집 마당에 정원수로 주로 심었던 것 중에 하나로 특별히 수형이 아름답거나 오래된 나무는 아니지만 봄이면 2층 벽돌집 창문에서 예쁜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이 평범한 목련나무를 첫번째로 소개하는 이유는 이 나무는 살아남은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이 주변 오래된 한옥과 주택들, 마당의 나무, 골목길이 밀려서 아파트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공원부지로 예정되었던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그 원형?을 보존하여 개발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을내에 있던 여러 나무들도 살아남았습니다!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면 마을내에 있던 오래된 나무들이 뽑혀 버려지고 다시 새로운 어린 나무들이 심어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한적이 많아서 이렇게 나무를 살리는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실제 공사가 시작되니 땅이 파헤쳐지고 진동이 많아서 나무에게도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 되어 가을·겨울이 아님에도 수많은 잎을 바닥에 떨구더군요.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팀은 나무때문에 정비차량이 충분히 들어오지 못하고, 시멘트가 굳기도전에 계속해서 떨어지는 잎들로 곤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마을을 보존하며 개발한다는 것은 꼭 물리적인 상황만이 아니며 많은 쟁점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나무를 볼때마다 옛 마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목련나무를 비롯하여 돈의문박물관마을 내에는 원래 마을내에 있던 정원 나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전시관의 나무지도를 참조하여 산책해보기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 곳을 칭하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이라는 명칭은 싫어하지만, 지칭하는 지명이 없어서 쓸 수 밖에 없네요. 돈의문은 이미 1915년에 없어진지 오래고, 개발로 마을이란 공동체도 해체가 된 상태에서 남은 것은 새롭게 재연된 세트장 같은 곳이 되버린 곳이지만 언젠가 시간이 더 흐르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공간으로 되어있길 바랍니다. 🙆 <돈의문전시관 마당안 목련나무> 이곳의 건물이 2층 양옥집에서, 멋진 데이트를 하던 레스토랑, 다시 돈의문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으로 바뀌는 동안 목련나무는 언제부터 있었던걸까? ![]() <새문안동네 골목 지도> 2015년 도시재생 이전의 동네모습을 기록한 지도이다. 돈의문역사관 2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있던 마을길과 더불어 마당과 골목에 있던 나무는 여전히 남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 <교남동 모형> 돈의문 전시관내에는 현재 경희궁자이아파트로 변하기 이전의 동네를 기록하고 모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건축양식의 건물뿐만 아니라 마을의 나무 모습까지 재현한 것이 흥미롭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접근성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출구에서 도보 6분 버스: 서울역사박물관 정류장에서 도보 2분 휠체어· 유모차 접근 가능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없음 목련 ![]() 목련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학명은 Magnolia kobus A. P. DC. 입니다. 꽃눈이 붓과 닮았다고 해서 목필(木筆)이라고도 하며, 꽃눈이 북쪽으로 향해있어서 북향화라고 불렸는데, 이런 특징이 충절을 상징해서 선비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북쪽=궁=임금이 있는곳) 꽃봉오리는 약재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조금 매운맛이 나서 신이(辛夷)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3~4월이 되면 하얀 꽃이 피는 백목련이 피고 그 후에 자주빛 꽃이 피는 자목련이 핀다고 하네요. 목련의 눈은 정말 북쪽으로 향하는게 사실? 식물은 옥신(auxin)이라는 생장호르몬이 관여하기 때문으로 옥신이 많은 곳이 빨리 자란다. 꽃이나 잎이 해 쪽으로 굽는 것은 햇빛을 받는 쪽이 세포분열이 빨라서 성장 속도가 느리고, 반대쪽이 빠른 탓이다. 응달편이 빨리 자라기에 해굽성[向日性]을 나타내는 것인데, 보통 식물의 경우엔 햇빛이 옥신을 일부 파괴하므로 햇빛을 받는 쪽에 옥신이 적고 그늘진 북쪽에 많아서 자연히 남쪽으로 휘어 굽게 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목련은 해를 받는 쪽에 성장촉진 물질이 더 많고 북쪽이 적다. 따라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는 것이다. 출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 호랑이의 쪽지: 직접 목련 봉우리의 방향을 세어 봤더니 전부다는 아닌 편으로 밝혀져...그렇지만 반 이상은 북쪽을 향해 있다.
목련 트리비아 ![]() 박정희-육영수 전 대통령 부부는 1965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여 백악관 뒤뜰에 직접 한국 목련을 심었습니다. 목련은 육영수 여사가 좋아하던 꽃으로, 한복에 단정히 머리를 올린 육영수 여사의 모습은 목련에 비유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조선일보 1965년 5월 19일 ![]()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며 안산 단원고에 백악관의 상징인 잭슨 목련의 묘목을 기증하였습니다. “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하고 또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부활을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2017년부터 예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 백악관의 잭슨 목련은 1829년 취임한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며, 사별한 아내가 좋아했던 고향 테네시주의 목련 묘목을 옮겨와서 심었다고 합니다. 이후 백악관의 상징이 되며 39명의 대통령이 이 나무를 지나갔습니다. 20달러 지폐(1928-1988) 그림에도 등장하기도 했던 잭슨목련은 노환으로 2017년에 철거가 결정되었습니다. 💌 호랑이의 쪽지: 잭슨목련이 철거된 곳엔 비밀리에 몇년전부터 기른 잭슨목련 2세가 다시 심어진다고 한다. ![]() 국민훈장중 4번째 등급의 훈장은 목련장이다. (무궁화장-모란장-동백장-목련장-석류장 순서) 💌 호랑이의 쪽지: 국민훈장에는 무궁화가 양각된 펜던트가 달려있다. 이름에 따른 꽃이 조각되어 있지는 않다.
사진: 국가기록원 호랑이의 친구들 먹는 얘기 저는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사서 먹는 것도 좋아하고 제가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금세 지치는 타입인데도 이상하게 슈퍼나 시장에 가면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로 신이 납니다.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기였을때부터 상을 덮치던 식탐이 있었다고 하니 이런 기질은 타고 나는 걸까요? 책에 나오는 음식묘사를 볼때마다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군침을 삼킨적도 많았습니다. 위그든씨의 사탕가게에 파는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과 감초과자는 어떤 맛이었을까요?
옥희도 사랑방 손님도 (나도) 좋아하는 삶은 달걀은 노른자가 팍팍하게 익어서 소금을 찍어먹으면 배가 든든해지는 완숙이었을까? 아니면 노른자가 쫄깃쫄깃하게 익은 반숙이었을까요? 소나기에서 소년이 밭에서 바로 뽑아 껍질을 까고 먹는 무는 어떤 맛일까요? 빨간머리 앤이 화덕에 구운 브라우니, 베이커가 2층 하숙집에 가면 홈즈와 왓슨 박사가 내어주는 브랜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닭에 포도주를 넣고 졸인 꼬꼬뱅, 엉클톰스캐빈에서 하녀가 자랑하던 달걀과 설탕만으로 폭신하게 부풀어오르는 케이크(지금 생각하니 머랭케이크일듯) 등등 글로 보는 먹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의 식욕을 자극했던 소설이나 영화, 만화처럼 멋진 묘사는 힘들지만 앞으로 제가 먹고다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흥> TV보는 이야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여상 출신의 삼진그룹 여사원들이 대리가 되기 위해 토익 600을 넘으려고 학원을 다니며 고군분투하다가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되고 그에 대항하는 이야기" 라는 설명에 일단 클릭했다. 사건이 진행되려면 비리 정도는 있어야 할테니 그 내용에 그닥 관심이 가진 않았고 여상 출신의 여사원들의 토익 분투기라는 말에 꽂혔다. 승진 기회는 평등하니, 3개월 안에 토익 점수를 만들라는 회사가 붙인 공고 앞에서 "왕언니처럼 출산과 함께 그만두지 않겠다,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8년차 여사원들이 주먹을 불끈 쥔다. 여기까지 딱 공감 갔다. 늘 시대에 맞춰 교육을 받아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내가 다니는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저런 식의 공고는 다반사다. 이번 달까지 웹사이트 분석 툴 활용 자격증을 딸 것, 상반기까지 DB관리 자격증을 딸 것 같은 말만 쉬운 말들이 늘 떠돌아다닌다. 저걸 딴다고 실제로 저 일을 할 수 있느냐, 클라이언트가 자격증만 본다고 일을 맡길리가 있냐 라고 생각해도 일단은 딴다, 일도 못따오는데 그렇다고 회사에서까지 쫓겨날수는 없으니까. 매우 소극적으로, 그러나 가장 절박하게 그러나 점점 패배적인 자세로 새로운 배움의 요구에 응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퇴직을 앞두고 매일매일 인터넷 검색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분을 보면 '왜 뭐라도 배워보려고 안하시지?'라는 모순된 질문을 떠올린다. 새로운 분석기술을 이미 탑재하고 들어오는 젊은이들과도, 아직 회사를 떠난 것도 아닌데 수도승을 자처하는 어르신들과도 연대하지 못하고 붕붕 떠다니는 나도 주먹 불끈 쥐어보고 싶지만, 일단 넷플릭스를 끄고 누웠다. 월요일 출근해서 공부하는 척이라도 하려면 자둬야 한다. <미돌> 별로 말한적은 없지만 ![]() 지난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지 않거나, 지워버리거나, 잊어버릴 수는 없어서 외장하드에 모셔두고 열어보지 않을뿐이다. 사진이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너무 많은 사진들이 생산된다. 누구는 이것이 진정한 대중예술이라고 했는데 사진이 예술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근본부터 잘못된 말일지도 모른다. 몇 분 전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작년에는 그다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일과 관련된 사진 외에는 찍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좋겠다. 근래 몇 년간의 일상은 전시장과 사무실 그리고 집을 오가는 아주 단순한 시간이었다. 그때는 더 많은 사진들을 찍었고, 많은 기록을 하고, 너무 많은 것을 수집하고 아직도 그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그렇다. 이 지면은 과거 사진들을 찾고, 그 이유를 알아가려고 한다. 지하철 역사 안의 식물처럼 '어쩌다 여기까지 온걸까' <유정> 목련이랑 나랑 👉 목련꽃차 마시기 목련꽃차는 목련꽃이 막 피기시작하기전 꽃봉우리를 따서 차를 만든다고 합니다. 봄을 기다리며 차 안에 가득한 은은하게 느껴지는 꽃향기와 수색을 즐겨보아요. 👉 목련잎으로 풍선놀이 1. 목련꽃이 떨어질때쯤 바닥에 떨어진 꽃잎 하나를 줍습니다. 2. 상처가 없는 꽃잎일수록 성공률이 높다고 해요.
꽃잎의 아래부분을 살짝 꺾어 손톱으로 틈을 내주고 불어줍니다. 빨대를 이용해도 됩니다. 👉 목련잎으로 그림그리기 목련 꽃잎은 상처가 나면 갈색으로 금방 변해요. 이 성질을 이용해서 꽃잎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이쑤시개나 나뭇가지, 손톱으로 그리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줍니다.
몇분후 하얀 꽃잎에 갈색 그림이 그려집니다. 후기🍀 어흥: 찬 바람과 함께 치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ㅠㅠ 치통도 쾌락으로 느끼던 지하생활자의 수기 주인공처럼 삐뚤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정: 어제 집에 가는데 춥긴해도 바람에서 봄이 느껴지더라구요. 봄을 기다리며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호랑이의 정원 소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의 식물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제안하는 일을 합니다. 식물을 중심으로 환경과 마을을 연결하고 아카이브와 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워크숍과 실험을 연구하고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 @tygertyger2020 구독하기 링크로 친구에게 호랑이의 쪽지를 소개해주세요. 지난 쪽지를 모아보실 수 있어요. tiger_garden@naver.com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 1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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