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두번째 뉴스레터 2021.03.05 발행 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2호>입니다. 이번 쪽지는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힘든 미루나무와 양버들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호랑이의 친구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들을 기록한 에세이로 각자의 관심사를 중구난방 꾸준히 연재할 예정입니다. 누구든 호랑이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하고싶은 분들은 연락주세요. 호랑이의 식물 산책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통곡의 미루나무 서대문 형무소에는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불리던 유명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1923년 사형장이 건립될 당시 심어졌다고 전해지는 두그루의 미루나무가 있는데 사형잠 담을 사이로 하나는 바깥쪽, 하나는 안쪽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바깥 미루나무는 크고 푸르게 자라는 동안 사형장 안쪽 미루나무는 왜소한 크기에 높이도 바깥 나무에 비해 반쯤 작았는데, 누군가 이를 두고 사형집행장에 가기전 사형수들이 나무를 붙잡고 통곡을 해서 그 한이 나무에 담겨있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3월 사형장 안의 나무가 갑자기 죽었지만 몇년전부터 통곡의 미루나무 2세를 키우고 있어서 그것을 새로 심는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하며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바깥쪽 미루나무가 보이지 않는거에요.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미루나무의 수명은 80~100세 정도로 바깥쪽 미루나무도 수명을 다하고 2020년 10월 태풍에 쓰러졌다고 해요. 사실 이 미루나무의 전설에 관해선 의심이 드는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사람으로 치면 천수를 다하고 이제 깊은 휴식에 잠긴 미루나무를 보니 전설속 인물이 갑자기 사라진것처럼 서운한 마음이 가득해졌어요. 긴 시간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호랑이의 쪽지: 이것이 진짜 미루나무인지에 관한 논란은 미루나무 트리비아에서 다루도록 해요~ ![]() 통곡의 미루나무 생전 모습 사진출처: 문화재청 ![]() 차광막으로 쓰러진 나무를 가려둔 모습 ![]() 차광막 밖으로 삐져나온 나무 둥치의 일부 ![]() 사형장 담벼락 아래로 쓰러진 미루나무의 가지가 보인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접근성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출구에서 도보 1분 버스: 독립문역·한성과학고 정류장에서 도보 1~3분 휠체어· 유모차 접근 가능(일부구역)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없음 미루나무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에 속하는 미루나무(Populus deltoides MARSH)는 원래 미국에서 온 버드나무라는 뜻의 미류(美柳)나무로 쓰였지만 이중발음이 힘들어 사람들이 ‘미루'로 주로 발음한다는 이유로 미루나무가 표준어로 개정되었습니다. (아니! 그럼 이유는 이우? 기류는 기루로 안바꾸죠??왜죠!!!) 생장이 빠르기 때문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고 해요. 국도를 타고가다 보이는 신작로에 길고 멋있게 서있는 미루나무는 플라타너스와 마찬가지로 1960-1970년대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지만, 너무 크게 자라는 편이여서 뿌리가 보도를 들뜨게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선호되지 않는다고해요. 이제 미루나무의 시대는 지나간껄까요? 나무만은 사람이 떠나도 변치않고 오래도록 풍경을 지키고 있을꺼라고 생각했지만, 시대에 따라 나무의 풍경도 달라지네요. 앞으로는 또 어떤 나무가 유행해서 2020년대의 거리의 풍경을 만들까요? ![]() 1919년 고종 매관식 당일 금곡릉 주변 모습. 길가 가로수로 양버들나무가 가득 심어졌다. 사진출처: 서울역사박물관 ![]() 길가에 심어진 양버들나무. 양버들나무는 미루나무로 혼동하여 많이 불린다. 사진출처:전북일보미루나무가 불러온 나비효과 ![]()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루나무를 가지치기하던 연합군 소속 미국 장교 2명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유명한 이 사건은 크게 자라는 미루나무로 인해 전방 시야가 가려지자 가치지기를 하려다 일어난 사건인데요, 휴전이후 가장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전쟁이 다시 재발될지도 모를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일로 인해 남북 따로 공동경비구역을 나누게 되었고 문제의 미루나무는 둥치만 남기고 절단되었다고 해요. ㅠㅠ 사진출처: 연합통신 💌 호랑이의 쪽지: 이 사진을 보고 미루나무가 뭔지 혼돈이 오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사실은... 미루나무? 양버들? 두 종 모두 포플러에 속하는 나무로, 모양이 비슷하기때문에 구분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미루나무인줄 알았는데 양버들이었다거나, 미루나무와 양버들을 섞은 이태리 포플러이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대체 미루나무와 양버들은 어떻게 구분하는건지 인터넷 검색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온갖 혼란의 시간을 겪었답니다. 흑흑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양버들에 비해 미루나무 사진은 한장밖에 없는데다 앙상해서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했고,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나뭇잎 표본만 있는데다 표준어인 미루나무대신 미류나무로 검색되는 현실!!!
😥 누군가 완벽하게 구분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빗자루처럼 생긴 길쭉한 것이 양버들이고 수형이 둥글게 잡히면 미루나무이다. 미루나무 잎은 양버들 잎에 비해 길이가 길다 등등 개인적인 해석이 난무합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볼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미루나무는 양버들인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포플러는 꽤 종류가 많아서 구분하기 힘들다고 해요. 포플러, 이태리 포플러, 미루나무, 사시나무, 은사시나무, 현사시나무, 은백양, 양버들 등은 모양이 비슷하고, 포플러속 식물들은 영양생식을 하므로 아종사이에 많은 잡종이 생기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다고 합니다. 양버들(Populus nigra. italica)은 프랑스 혁명기에는 자유를 상징하는 나무였다고 하는데, ‘민중(populace)’이란 말과 어원이 같은데다 18세기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무덤을 둘러싼 나무였다고 전해집니다. (피오나 스태퍼드, 「길고 긴 나무의 삶」,2019.) 미국이 원산지여서 미국에서 온 버드나무라는 의미의 미류나무(미루나무)나 유럽이 원산지여서 서양에서 온 버들이란 뜻의 양버들 모두 같은 원리로 지어진 이름이긴한데 만약 미루나무가 사실은 양버들이라면 언어적으로 갖는 심미성이 매우 달라질것 같습니다. 흠...🧐 통곡의 미루나무 → 통곡의 양버들… 미루나무 꼭대기 → 양버들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 호랑이의 쪽지: 미제나무라는 이름이였으면 이렇게까지 아쉽지 않을텐데...ㅋㅋ😅 ![]() 미루나무 (Populus deltoides MARSH) 사진출처: 미주리 식물원 missour botanical garden ![]() 양버들 (Populus nigra italica) 사진출처: 미주리 식물원 missour botanical garden 장욱진 작가의 1978년작 <가로수>는 몽실몽실한 가로수길을 가족들과 강아지, 소가 정겹게 나란히 거닐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무 꼭대기엔 옹기종기 조그만 집과 정자들이 걸려있네요. 이 나무는 양버들일까요?? 사진출처: 장욱진문화재단 호랑이의 친구들 먹는 얘기 방산시장이나 광장시장을 들를 일이 있으면 을지로 4가 철공소 골목에 있는 꾸왁칼국수가 생각납니다. 특이한 이름은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 청년의 이름이 곽씨여서 그렇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칼국수, 잔치국수, 냉면 등등 하다못해 인스턴트 라면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면요리를 국물맛으로 먹는것 같습니다. 농심에서 생생우동이 런칭하던 때의 히트 카피가 '국물이 끝내줘요'였죠. (하하;;1995년이네요) 국수류 애호가인 저는 사실 국물도, 김치 겉절이도 잘 안먹고 면의 맛과 식감을 중요시하지만 국물이 맛있으면 그 맛이 베어든 면도 당연히 맛있으니 그냥 면으로 된것은 맛있습니다. 하하 어느새 추운 겨울에 먹는 국물이 맛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꾸왁칼국수는 면과 함께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으면 해장국을 먹는 아저씨마냥 으허어~ 시원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면은 따로 삶아 고기육수에 따로 만 건진국수 형태인데 고명으로 데친 숙주와 고기 볶음이 이곳 칼국수의 매력입니다. 점심시간이면 철공소 배달과 주변 회사에서 밀려드는 직장인들로 정신이 없을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살짝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점심때의 혼돈을 보는 것도 나름 매력은 있습니다. 계속해서 울리는 철공소 배달 주문 소리, 칼국수와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쉬지않고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거나 재테크나 어제 본 티비 얘기를 하는 회사원들, 주방에서 예민해진 주인 청년과 서빙을 도와주는 어머니의 신경전까지 다들 저마다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세상은 이리 혼잡한데 우리만 홀로 한가하구나 싶은, 서울 구경을 처음 온 선비와 호랑이처럼 조용히 호로록 칼국수만 먹었답니다.<어흥> 꾸왁칼국수: 서울특별시 중구 주교동 153-1 (을지로4가역 3번출구) ![]() 꾸왁칼국수로 들어가는 골목 ![]() 꾸왁칼국수 TV보는 이야기 '스토브리그' 난생 처음 스마트TV를 샀더니 왓챠 2주 무료 체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하나 구독료도 아까워하는 사람이라, 그제야 왓챠에 입성했다. 남들 다 봤다는 왕좌의 게임을 시작하기에도 2주는 짧은 기간이라 맨날 보던 영화나(타짜 같은) 기웃대다 2주가 끝나버렸다. 아직 왓챠에 맛들이기 전이라 쉽게 구독 해지를 누르는 순간, 한달 무료를 받았다! 신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시작한 게 스토브리그였다. 친구에게 "세상 제일 부러운 게 스토브리그 안 본 뇌"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지만, 공중파도 안보고 넷플릭스에도 없어서 건드리지도 못했던 드라마라 바로 틀어봤다. 한 회만 봐도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러브라인 하나 없이, 우승으로 이어진다는 성공 스토리도 없이 매 회마다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건, 등장인물 모두 야비하든 공정하든 철이 없든 성숙하든 기가 죽었든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르든, 모두가 야구를 너무 사랑하는 캐릭터라는 게 진심으로 느껴져서였다. 그래서 주인공인 백승수 단장이 호통치고 설득하면, 백승수의 매력에 빠져서가 아니라 백승수가 일깨우는 자신의 야구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고, 자신의 철없음과 욕심을 이기고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여 팀에 합류하는 드라마가 내 눈물을 뽑으며 매 회마다 벌어졌다. ※스포주의! 앞서 말했지만, 여기에는 연애도 없지만, 주인공이라고 해서 열정만으로 무조건 실력까지 일취월장하는 드림스토리가 아니다. 능력있는 선수는 정해져있고, 매번 뒤에서 기는 선수 실력이 더 좋아지지도 않으며, 신입은 딱 신입 정도 깜냥만 보여준다. 그런데, 능력과 기술로 정해지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깜냥을 다하는 것 역시 멘탈이 정비되어야 가능하다. 스타 선수도 오만함을 벗고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심기일전하고, 연봉 낮은 선수도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자괴감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드라마였다. 내 직업상 저런 그림에 끼면 마케팅 팀장인데 하며 보고 있으니, 마케팅 부서 얘기도 나왔다. 백승수 단장의 따끔한 일침 덕에 이 분도 초심을 찾아 돈을 잔뜩 벌어오는데, 야구 선수 얘기 나올 땐 리얼한 줄 알았더니, 돈 벌어오는게 맘만으로 되는 일인가 싶고, 세상에 이런 희망만 가득찬 스토리가 없다. 아무튼,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런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투닥투닥하며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괜히 갖게 하는 드라마였다. 악당이었다가 조력자로 돌아서는 권경민에게, 회장님이 이런 말을 건넨다. "권경민이, 야구 많이 좋아했구만." 이 말만 떠올리면 스크린 따로 안봐도 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도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일해볼 날이 올까, 하는 괜한 꿈을 꾸게 한 드라마였다. <미돌> 별로 할 말은 없지만 ![]()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에는 뇌 속의 기억데이터를 압축하여 메일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유사하게 한 에세이에서는 SNS, 헬스기기,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실시간 저장하는 사적인 데이터가 우리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에 구매한 애플워치는 분단위로 심박수, 혈중 산소를 체크하고 나의 동선을 추적한다. 나의 시간은 데이터와 함께 흘러가고 기록되니 어쩌면 트랜스휴먼*도 멀지 않은 일이 아닐까 라고 상상하기도 한다. 가끔 가드닝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생각하는 말이 있다. 가드닝은 잡념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준다는 것이다. 육체가 사라지고 데이터만 남는 알 수 없는 세상의 두려움을 고민하기보다는 눈 앞에 닥친 식물을 살리는 것,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것에 집중해보자. 해답은 얻을 수 없을지 몰라도 아름다운 정원과 평온함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유정> * 트랜스휴먼 : 과학기술을 이용해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한 사람 *사진: <슬기와 민: 1,056시간> 전시 전경 , whistle 후기🍀 어흥: 치과치료가 끝나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매일 작성하고 있습니다. 😭 유정: 요즘엔 옛날 노래를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이게 바로 늙어간다는 걸까요.😞 호랑이의 쪽지 소개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형식이며 웹으로는 뉴스레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만 손바닥 책으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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