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세번째 뉴스레터 2021.03.19 발행 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3호>입니다. 꿈을 아는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이번 쪽지에서는 김현승 님의 시로도 유명한 플라타너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이태원에 오래 살아서인지 여름철 녹사평역에서 삼각지역의 긴 직선의 길을 따라있는 플라타너스길을 좋아한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점점 가로수로 밀려나고 있는데요. 자기가 알고있는 멋진 플라타너스 길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호랑이의 식물 산책 경복궁 돌담길 플라타너스 경복궁역에서 영추문을 지나 청와대로 가는 길(효자로)에 플라타너스를 본적이 있나요? 플라타너스에 관한 자료를 찾다보니 이 나무가 일제시대부터 심어진 플라타너스가 아닐까? 하는 신문 칼럼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일제강점기 가로수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니 1934년부터 본격적으로 양버들과 플라타너스 위주로 서울 주요도로에 가로수가 심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포플러나 아까시나무보다는 플라타너스가 생존율이 높아서 선호되었다고 합니다. 플라타너스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세기 말에 들어와 일제강점기부터 가로수로 선호되던 나무입니다. 잎이 넓어서 여름철 그늘을 만들어주며, 공해에도 강하며 공기정화능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수분을 많이 배출하여 산림청 연구에 의하면 플라타너스 1그루는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와 같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너무 넓은 잎이 상가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싫어하기도 하고, 너무 크게 자라 보행이 위험하고 플라타너스의 꽃가루가 알러지를 유발한다는 이유 등등 2000년대이후로는 이제 새로 심지 않게 되버린 가로수랍니다. 우연히 가치지기를 하는 날에 경복궁 돌담길 플라타너스를 보러가게 되었는데요. 동글동글 귀엽게 트리장식처럼 매달려있던 열매도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하나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열매는 비교적 단단한 편으로 예전에는 플라타너스 밑에 지나가다가 보면 꿀밤처럼 이 열매를 머리에 맞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발로 밟으면 솜털같은 씨앗이 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효자로의 플라타너스는 진짜 100년이 된 플라타너스일까요? 흐릿한 1945년 항공사진을 찾아 흐린 눈으로 찾아봐도 나무가 있는지 정확하지 않네요. 전문가가 와서 분석하지 않는 한 알 수 없겠지만 몇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있는지 정도는 세어볼 수 있습니다. 군데군데 심어진 은행나무를 제외하고 또 가로수가 아닌 플라타너스도 제외하고 숫자에 약한 호랑이의 정원 멤버들이 두번에 걸쳐 나무를 세어보았는데 왜인지 갈때는 33그루였는데 돌아올때는 31그루여서, 가지치기가 끝난 후 다시 찾아가 세어 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답니다. ![]() ![]() <경복궁 돌담길 플라타너스> 높다란 플라타너스가 돌담길과 도로를 따라 심어져있습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높은 플라타너스가 돋보이는 길중에 하나입니다. ![]() <가지치기 당한 플라타너스의 새둥지> 이날 돌담길에는 가치치기 소리외에도 놀란 새들이 깍깍 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답니다. 미리 예고도 없이 급작스레 용역이 와서 집을 철거하는 기분이겠죠.ㅠㅠ ![]() <귀여운 플라타너스 열매> 발로 밟으면 뾱하는 느낌이 생각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보송보송 귀여운 털이 달린 씨앗이 흩어지는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하하 경복궁 돌담길 플라타너스 접근성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 출구에서 도보 1분 버스: 경복궁역 정류장에서 도보 1-2분 휠체어· 유모차 접근 가능 횡단보도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있음 플라타너스 버즘나무과 버즘나무속에 속하는 플라타너스(Platanus orientalis Linne)는 양버즘나무라도 불린답니다. 나무 껍질이 벗겨지면서 얼룩덜룩한 흰 모양을 이루는데 이것이 피부병인 버짐같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아이쿠😅 작명센스 머선일...거의 초등학생들이 별명짓듯 ㅠ) 그래서인지 우리말 이름보다는 학명인 플라타너스로 많이 부르는데, 멋진 수형과 그늘이외에도 플라타나스라는 발음에서 오는 이국적인 느낌때문인지 문학작품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플라타너스하면 왠지 여름, 학교 교정, 햇빛, 반짝이는 나뭇잎 이런것들이 떠오르는 느낌은 저만 갖는걸까요? 플라타너스는 그리스어 platys(넓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에서 온 이름입니다. 겨울이면 플라타너스에는 트리장식처럼 동글동글 귀여운 열매가 달리는데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방울나무라고 부른다고 해요. ![]() 플라타너스의 나무껍질 이렇게 확대시켜보니 조금 피부병같기도 하네요 ㅋㅋ ![]() 네모 모양으로 다듬은 부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사진출처: 온나라타임즈 2019.10.7 플라타너스는 키는 쑥쑥 자라지만, 뿌리는 지표면에 얕게 뻗는 천근성(淺根性)나무라고 해요. 그렇다보니 태풍이 자주오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플라타너스에 의한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랍니다. 잎이 커다랗기 때문에 녹음을 가져다주지만 이 잎이 장마철에는 하수구를 막아 침수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나무가 크게 자라는것이 가로수로는 좋지만 뿌리가 앝아서 쓰러졌을때 태풍피해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로는 가로수로 심지 않는다고 해요. 1990년대말부터는 이렇게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잘 다듬어서 시민들을 위한 벤치로 만들기도 한답니다. ![]()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플라타너스가 버스를 덮친 사고현장 사진출처: 서울신문 2010.09.04 ![]() 태풍으로 쓰러진 창덕궁 옆 플라타너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나무읽어주는 남자 최근 덕수궁 돌담 주변 플라타너스가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지난 겨울 세종대로 도로공간 재편사업을 위해 돌담 옆 50년된 플라타너스 20여그루를 제거하기로 하자 시민단체에서 이를 반대하는 청원을 올리고 활동을 벌였답니다.
서울시의 입장은 플라타너스가 기울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을뿐더러 플라타너스의 뿌리가 보도를 들뜨게해서 보행자를 방해하고 담장을 균열시킨다것이 없는 것이었는데 시민단체의 입장은 오랫동안 덕수궁 돌담과 함께 어우러진 나무의 문화경관적 가치를 살려야한다는 것입니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자료에 의하면 100년전 이곳에서 플라타너스가 돌담을 따라 심어졌지만 1961년 도로확장과 철제담 조성으로 베어진 후, 다시 1968년 돌담이 세워지고 1982년에 새로 식재된 플라타너스라고 하는군요.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자 올해 2월에 서울시는 덕수궁 플라타너스 벌목 결정을 철회했다고 합니다. 또한 무리하게 강한 가지치기(강전정) 로 나무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썩은 가지만 선택적으로 자르는 약한 가지치기를 진행했습니다. 💌 호랑이의 쪽지: 3, 4월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가로수 가지치기는 찬반의 논쟁이 많아요. 특히 강한 가지치기의 경우 뿌리성장을 막아 나무가 쉽게 쓰러지게 만들어요. 어쩌면 플라타너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덕수궁 돌담길 플라타너스> 가지치기를 막 한 직후인듯합니다. 잔가지들도 살아있는 약전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서울시청 앞 가로수> 1959년 서울시청 앞 가로수 정비 사진출처: 서울기록원 ![]() <고 이한열 추모군중> 1987년 7월 9일 서울광장 사진출처: 서울역사박물관 💌 호랑이의 쪽지: 시청 앞 플라타너스는 격동의 현대사를 다 지켜보았네요!! ![]() <경복궁 영추문쪽 돌담길 플라타너스> 덕수궁 길의 플라타너스보다는 크고 곧게 자란 모습입니다. 좌)가지치기 전, 우)가치치기 후 청주 플라타너스길 저에겐 영화 <만추>하면 2010년 현빈과 탕웨이가 나오던 만추가 떠오르지만, 1981년 김수용 감독의 만추 포스터에는 늦가을 멋진 플라타너스 길과 쓸쓸한 눈빛의 김혜자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습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이 영화 속 공간 곳곳을 찾아간 분이 계시던데 포스터 속 이 길은 영화속 배경인 강원도가 아니라 청주에 있는 가로수길이랍니다. 1948년에 심어진 1527그루의 플라타너스가 경부고속도로 청주 IC 에서 가경천 죽전교까지 6km에 걸쳐 터널처럼 이어진 멋진 곳이랍니다. 기억은 안나지만 드라마 <모래시계>에서도 고현정이 이 길을 걷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탄 최민수가 등장하는 장면에도 나왔다고 해요. 이 영향인지 청주 공예비엔날레에서 2019년부터 본전시 참여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첫 수상제도를 만들었는데 상의 이름은 청주시의 명물인 플라타너스랍니다! (그렇지만 시화는 플라타너스가 아닌 느티나무 ;;;) 골든플라타너스, 실버플라타너스, 브론즈플라타너스 상이 있답니다. 💌 호랑이의 쪽지: 만추에 나오는 가로수길 찾다보니 영화가 궁금해진 호랭... 김혜자님이 유일무이하게 키스신을 찍은 작품이라던데...😘 ![]() 사진출처: 청주시청 ![]() 사진출처: 한국영화박물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타너스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자유공원이란 곳을 아시나요? 188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 공원으로 각국 조계지들이 인근에 있어서 각국공원으로 불리다가 해방후엔 만국공원, 1957년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며 맥아더 동상을 세우면서 자유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답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있다고 합니다. 공원이 조성될 당시 개항장을 통해 들여와 식재된것으로 추정되는데,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결과 2015년에 수령이 131년인것을 확인했다합니다. 지금은 138살이군요! 흉고(지름) 143㎝, 둘레 4.7m, 수고(높이) 30.5m로 2015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퇴출되는 이유 중 하나가 나무 수명이 4-50년정도로 1970-80년대에 심은 나무들이 고사해서라고 알고 있는데 가로수가 아닌 이런 공원에서는 오래 살 수 있군요! ![]() <자유공원 내 플라타너스> 사진출처: 인천일보 2015.03.09 ![]() <자유공원 내 있던 존스턴 별장 입구의 플라타너스, 1946 촬영> 사진출처: 불명 호랑이의 친구들 먹는 얘기 밥보다는 간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한정식을 좋아하게 될 줄 알았지만,아직까지는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먹는 식단으로 끼니를 먹으면 금방 배가 부르고 허전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 구내식당밥을 주로 먹게 되는데, 그러면 늘 오후 3-4시에는 간식이 생각났습니다. 편의점에서 먹고싶은 과자나 커피를 사오다가 아! 이럴 필요 없이 슈퍼처럼 서랍 한 구석에 모아두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보니 세상에는 저같은 사람이 곳곳에 존재하더군요! 그렇게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간식서랍을 만들어서 채워넣기 시작했는데 저에게 간식이 늘 풍족하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차를 마시러 많이 모여들곤 했죠. 회사에 간식서랍을 처음 꾸리는 초보자라면 주로 핑거푸드로 가능한 개별포장이 된 것이 쟁여놓기 좋습니다. 학회나 세미나에서 쿠크다스, 칙촉, 마가렛트, 빈츠, 로투스류의 과자가 제공되는 원리와 같습니다. 커피와 곁들여 먹는 한입 달콤한 과자들이 졸린 세미나나 회사생활에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과자보다는 씹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마이쮸나 젤리를 추천합니다. 합성향료지만 먹을때 과일맛 (과일향이지만…)이 청량감을 불러주며, 특히 마이쮸는 한개씩 나눠주기도 편해서 주변 동료를 챙겨주는 인심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좀 자유롭달까? 특이?할 수도 있는 직장생활을 한편이라 저만의 간식서랍 이외에도 국도변에서 안흥진빵이나 참외 사서 먹기, 냉동실에 얼린 우유에 통조림팥과 미숫가루, 찹쌀떡을 넣어 야매 팥빙수 먹기, 전국 지역특산물 간식 등등 다양한 간식을 섭취했었습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이제 간식의 개념을 넘어 김부각, 브리치즈를 곁들인 크래커, 건어물 등 간식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중입니다. <어흥> 사실 할 말이 많은데... ![]() 요즘 사흘은 호랑이의 정원에서 식물을 돌보고 하루나 이틀은 전시를 보고 그 외 남는 시간인 밤이나 휴일에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지내고 있다. 전부 취미로 하는거야?라고 나의 가까운 사람은 그렇게 물어봤는데 처음엔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런거라 생각하면 어쩐지 슬프다. 모든게 취미인걸까? 내 일인데 내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휭, 추-푸>는 얼마전 보고온 홍이현숙 작가의 개인전이다. 휭, 추-푸는 바람소리 같기도, 파도소리 같기도, 고래의 소리같기도 하다. 전시장 1층에는 8개의 스피커를 타고 고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체면 차리느라 잠깐 앉았다 일어서며 배회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누웠어야 했다. 바닥에 누워 8채널 고래 소리를 13분 1초동안 듣고 조금 울었어야 했는데...그러지 못했네. <유정> 사진 속 작품: 홍이현숙,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202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7분 47초 😞 TV보는 이야기: 회사일이 바빠서 이번호에는 쉽니다. <미돌> 후기🍀 어흥: 봄은 귀여운 새싹잎과 꽃망울, 그리고 훌쩍거리는 알러지와 함께 왔네요. 🤧 유정: 긍정과 부정의 사이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독자분의 플라타너스의 길을 알려주세요. 뉴스레터 감상도 받고 있습니다. 호랑이의 쪽지 소개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형식이며 웹으로는 뉴스레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만 손바닥 책으로 발행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랑이의 정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의 식물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제안하는 일을 합니다. 식물을 중심으로 환경과 마을을 연결하고 아카이브와 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워크숍과 실험을 연구하고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 @tygertyger2020 tiger_garden@naver.com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 120-12 |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