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스물아홉 번째 뉴스레터 2022.12.9.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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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29호>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창경궁을 산책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특히 창경궁의 수많은 시간 중 도심 정원이자 공원이었던 창경원 시절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말해 뭐해 싶지만 호랑이의 정원도 궁궐 참 좋아하는데요. 왜 궁궐을 좋아하는걸까?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언제든 비슷한 풍경인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정원 역할을 하는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궁궐의 주요 전각이나 업무 공간은 사실 사계절 어디든 나무나 풀이 없는 조금 휑한 공간이잖아요. 어느 순간 궁궐을 걷다보면 그 휑함을 상상력을 발휘해 채우고 있더라구요. 이번호에서는 대부분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의 공간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었답니다. 이제 창경궁에 가면 어쩐지 왁자지껄 사람들로 가득 붐볐던 시대를 상상하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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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창경궁에 식물원과 동물원, 이왕가박물관 등이 개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최초의 동물원도, 식물원도, 박물관도 1909년을 기점으로 잡고 있답니다. 그전에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궁궐이 일반인에게 최초 개방되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구경하러 들렀다고 해요. 어슬렁거리는 것을 즐기는 도시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당시 유행하고 즐기던 산책과 산보의 영향도 있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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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울의 여의도 벚꽃축제 혹은 각 지역이나 동네마다 벚꽃명소가 많은 편인데요. 1920년대부터 서울시내 벚꽃의 명소는 단연코 창경원이었답니다. 일제가 창경궁 아니 창경원에 2000주 넘게 심었다고 전해지는 벚꽃을 구경하는 것이 당시의 봄철 최고 유행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꽤 많은 논문들과 책들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밤에 보는 벚꽃을 야앵(夜櫻)이라 불렀는데 밤에 하얗게 빛나는 벚꽃을 보러 지금처럼 사람들이 엄청 붐볐다고 해요. 김유정의 <야앵>,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태준 <꽃나무는 심어놓고> 등등 그 시대의 정말 많은 작품들이 당시 창경원의 야앵풍경을 담고 있는데요. 어쩐지 꽃놀이보다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사람들이 몰린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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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핀 창경궁 내 이왕가박물관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
모란과 작약을 심은 창경궁 명정전 일대 전경,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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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1980년대 창경원 아베크족의 밤벚꽃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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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크라는 말을 혹시 아시나요? ㅠㅠ (나 왜 알지?) 지금은 쓰지 않는 언어인데 커플을 뜻하는 말로 프랑스어 avec(~와 함께) 에서 왔습니다. 아! 쓰다보니 국어엔 연인관계를 설명할 때 짝 말고는 쓸 단어가 없는것이 온갖 외래어를 쓰게 만드는군요 ㅋㅋ 연인관계인 두 사람을 뜻하는 커플은 상태 설명에 가깝다면, 아베크는 뭔가 하다라는 동사와도 쓰이더라구요. (아베크족, 아베크중인, 아베크하는..) 1960~70년대 활발히 쓰인 말로 주로 공원 으쓱한 곳에 있는 연인들,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 등을 지칭할때 쓰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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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밤벚꽃과 아베크는 짝을 이루고 있는데요. 당시 젊은 커플이라면 밤하늘 휘날리는 벚꽃과 오색등 반짝이는 조명아래 춘당지에서 ‘보트’를 타는 것이 최고의 데이트 코스였다고 합니다. 물론 커플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벚꽃놀이를 보러 왔다고 하네요.
창경궁은 벚꽃이 피는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엄청난 인기였다고 합니다.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기구에 케이블카도 있었고, 겨울이면 춘당지에는 스케이트장도 열리던 유원지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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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3월 창경원 앞 도로상황 출처: 한국일보 1971.04.20
창경원에서 밤벚꽃을 즐기는 모습, 출처: 국가기록원 1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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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견원 벚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 출처: 조선일보 1959 |
봄나들이 인파가 몰린 창경원 입구 출처: 셀수스,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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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신문 기사(1980.4.22, 조선일보, 1981.4.27)에 의하면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창경원 나체팅이 유행했다고 하는데요. 나체팅은 night cherryblossom meeting(나이트 체리블라썸 미팅)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하하 뭔가 당시에는 재간 넘친다고 생각했던 젊은이의 줄임말이 조금 부끄러워지는 작명이지만 요즘의 줄임말과 비슷하죠? ㅋㅋㅋ 야사쿠라팅 (밤+사쿠라+미팅) 이란 말도 있었다고 하고 온갖 종류의 미팅이 창경원에서 이뤄졌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학교다닐 때도 없긴 했는데 다수 인원이 참가하는 미팅은 요새 안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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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음식점이었던 창경원 춘당지 수정궁, 출처: 불명
창경원 뱃놀이-엄청 인기가 많아서 예매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출처: e영상역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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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8월 17일 당시 문공부는 창경원 복원정화계획을 발표하고 원래의 궁궐로 복원을 시작합니다. 창경원에서 다시 창경궁으로 지위를 회복하고 동물원의 동물과 식물 일부는 남서울대공원(현,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고, 동물표본은 국립과학관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이때 궁궐내에 심어진 벚꽃은 제거되고 벚꽃의 일부는 여의도와 서울대공원 등으로 옮겨심었다고 하네요. 궁궐에는 재래수종인 소나무와 느티나무, 참나무 등 중부지방에 자생하는 조경수를 새로 심었다고 합니다. 문화재로서 더이상 밤에 산책하며 거니는 궁궐의 정취는 오랫동안 즐길수 없게 되다가 2010년부터 서서히 확대되어 인기를 끌자 상시 야간 관람이 가능해졌답니다.
원래 창경궁과 종묘는 이어져있었지만 일제가 도로를 개설하며 끊어졌었는데 올해 2022년에 다시 이어진 길로 연결 복원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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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도(1989), 순조대 제작추정(19세기 초~중반),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출처: 문화재청
경복궁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으로, 창경궁을 복원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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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복원공사 현황, 출처: 경향신문 1984.04.12 |
창경궁 복원을 위해 동물사와 매점등을 모두 철거한 모습(현 궐내각사 일원) 출처: 영상역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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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조선일보 [시간여행] '벚꽃하면 창경원'이던 시절 [링크]
한국일보 [사진잇슈] 벚꽃놀이에 진심인 민족… '상춘'의 역사를 돌아보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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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창경궁은 예전의 시설들을 대부분 철거해서 창경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궁궐로서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이랍니다. 예전 궁역이 축소되어서기도 하겠지만 너무 넓지 않아서 아기자기하게 보는 맛이 있답니다. 또한 창덕궁처럼 원래의 지형을 살린 궁이어서 어쩐지 가벼운 등산을 하는 느낌도 들구요. 정문에 들어가서 왼쪽으로 빠지면 어쩐지 조금 비어있는 공간이 있는데요. 이곳이 예전 놀이터와 동물원이 있던 공간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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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끝에는 춘당지와 대온실이 있는데요. 1909년에 지어진 것으로 이것은 근대건축 문화재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철거하지 않았답니다. 희귀 열대식물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1920년대에는 바나나를 키웠다고 하네요.(한국인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든 따뜻하면 바나나를 키워보고 싶은 걸까요?) 생각보다 엄청 따뜻하지 않지만 이국적인 유리온실안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분재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차가워진 초겨울 바람과 함께 춘당지의 원앙과 잉어, 풀밭에서 노는 고양이, 궁과 나무들, 또 100년전처럼 놀러나온 사람들을 구경하기에도 좋은 창경궁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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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궁궐 투어방식은 왕이나 중요한 역사 사건, 혹은 건축 양식에 주목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요즘은 한복입고 궁에서 사진찍기부터 궁궐의 나무와 식물에 주목하는 투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궁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창경궁에서 매주 토·일 진행되는 <역사와 함께하는 창경궁 나무해설 프로그램>의 숲해설가 선생님의 가이드로 창경궁 나무를 함께 둘러보았답니다. (토요일은 춘당지, 일요일은 궐내각사 주변의 수목을 중심으로 설명한다고 합니다) 매주 바뀌는 강사 선생님의 성향마다 조금 다른 투어를 만날 수 있답니다. 저희가 만난 강사님은 모든 나무마다 굉장히 감상적이시고 인생의 교훈을 담아 열정적인 설명을 하셨는데 어쩐지 사람들은 궁궐 내에 노니는 아기 고양이에 시선을 빼앗겼던 것 같기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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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출구 도보 13분 거리
버스: 창경궁.서울대학교병원 정류장 도보 1분거리
일부구역 유아차, 휠체어 접근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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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친구들☺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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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소화불량에 시달려서 과체중이던 몸무게가 갑자기 6kg이 빠져서 갑자기 정상체중이 되었답니다. 일년내내 시름시름 앓다가 회복해서 지금은 2kg가 찐 상태인데, 어떤 몸무게가 정상인지 헷갈린다는 얘길 최근에 한 적이 있어요. 내 몸의 항상성을 회복했다는 기준에선 예전에 과체중 상태가 맞고, 대한비만학회에서 인정하는 정상체중의 범위에선 지금의 몸무게가 맞는데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하는 고민처럼 창경궁뿐만 아니라 이런 류의 복원 사업이 뭐가 맞는걸까 하는 고민이 늘 있답니다.
일제가 1909년에 훼손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야하는 건지, 어쨌든 74년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유원지의 역사는 부정하는게 맞는건지, 일제가 조선물산공진회나 조선박람회 등 큰 행사를 개최하며 궁궐을 훼철하던 것에 비교하여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궁궐을 회복한 것에는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저의 알 수 없는 몸무게 기준처럼 회복을 어디로 봐야하는걸까요? (어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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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정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저는 어흥님이 질색하는 어지르기 아티스트입니다. 제 책상은 혼돈 그자체로 아주 다양한 시간대의 쓰레기가 겹겹이 산을 이루고 있죠. 예전에는 이런 지적을 받으면 그래도 치울때는 치워요! 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지만 이제는 저를 인정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최악으로 맥시멀리스트라 잘 버리지도 못해 이사가 제일 두려운 사람입니다. 그와중에 장점이 있다면 혼돈의 한가운데서도 계획한 일들을 해낸다는 것인데요 시험공부하다가 갑자기 방청소하는 일은 없거니와 더이상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소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5년간 모은 전시 핸드 아웃, 소장품으로 모은 씨디 잔뜩, 여행기념품, 언젠가 쓰려고 모아둔 구멍난 양말들 등등... 당장 없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들인데 왜 버리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곳에 정리마스터가 계신다면 버리지 않고도 잘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세요.(사진은 본문과 전혀 상관없지만 어쩐지 자랑하고 싶은 다시 자라난 유칼리투스에요)<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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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어쩐지 내년 봄에는 어린이처럼 프릴달린 원피스입고 창경궁에 가고싶네요.
유정: 다음 쪽지는 무려 3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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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쪽지 29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추억이 가득한 장소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죠. 이번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창경원에서 찍은 기념 사진들을 참 많이 보았는데요 행복을 사진으로 찍으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일제시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창경원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의 소소한 행복까지 없애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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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쪽지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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